[전 조직위 법무팀장 김용휘 변호사]

대회 잉여금 확보 소송 승소 이끌어
“전 과정 지자체 주도 첫 국제대회 의미”
“재정위기 주범 오명 속 유산사업 없어”
“단순 기념보다 가치 창출할 조직 절실”
▲김용휘 변호사
▲김용휘 변호사

2014 인천아시안게임은 공식 대회 기간이 2014년 9월19일부터 10월4일까지 16일간에 불과했지만 대회 유치서부터 개최까지 기간만 거의 10년에 이를 정도로 오랜 준비 끝에 열린 대회였다.

그 과정에서 수 많은 경험과 시행착오 끝에 축적된 대회 유치와 경기 운영 등의 노하우는 인천아시안게임이 남긴 무형의 자산이었다.

실제 당시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 몸 담았던 이들에 따르면 대회 이후 국내외에서 국제 대회 유치 및 운영 노하우를 전수 받기 위한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같은 노하우는 개최 도시인 인천시조차 대회 유산으로 상속·활용하지 못하고 대회 이후 어두운 기록 창고 속으로 사라졌다.

대회 당시 조직위에서 법무팀장을 맡았던 김용휘(50·사진) 변호사(법률사무소 율휘)는 최근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2014 인천아시안게임 재평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인천시 금고로 귀속된 2014 인천아시안게임 대회 잉여금 168억 원을 확보한 당사자다.

대회 이후 감사원 감사로 촉발된 이른바 '187억 법인세 과세 취소 소송'에서 국가(국세청)를 상대로 대법원까지 가서 최종 승소를 이끌어 냈다.

그는 “인천아시안게임은 대회 유치서부터 청산까지 모든 과정을 지자체가 주도한 첫 국제대회였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88서울올림픽이나 2002부산아시안게임의 경우 개최 도시만 각각 서울과 부산이었을 뿐 사실상 국가가 처음부터 주도한 대회였지만 인천아시안게임은 지방 분권 흐름 속에서 지자체가 주도하고 권한을 가진 대회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그만큼 대회를 준비·운영한 조직위에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2014 인천아시안게임은 인천이 자랑할만 한 스포츠 문화 유산이지만 그동안 지역에서조차 이를 기리는 기념사업이나 유산사업이 추진되지 않았다.

오히려 대회 이후 조직위에 파견됐던 공무원들은 소속 기관에 복귀하면서 체납 차량 번호판을 영치하는 한직으로 주로 배치됐을 정도다.

김 변호사는 “조직위로 국제 대회 유치와 경기 운영 등의 노하우 알려달라는 문의가 많았다. 하지만 대회 이후 '인천시 재정위기를 불러온 주범'이라는 오명 속에 조세 소송 업무만 남기고 쫓기듯이 조직이 곧바로 해산되면서 이를 대응할 부서나 인력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가 지금이라도 대회를 통해 축적된 유·무형의 자산을 활용할 전담조직 또는 기관이 꾸려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대회 당시 수 천억원을 들여 경기장을 짓는다고 비판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인천시는 이후 얼마든지 국제대회를 치를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곳이 됐다. 하지만 대회 이후 '포스트 아시안게임'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기획이 추진되지 않았고, 이제는 트로트 공연장 정도로 밖에 활용되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결국 각종 국제 대회를 추진할 수 있는 노하우와 역량을 남기지 못하고 공중 분해시켰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 대회 10주년과 맞물려 인천아시안게임 위상을 되찾을 방법 가운데 하나로 기념재단 설립 주장이 일각에서 나온 것과 관련해, “'과거 지향적으로 대회를 '기념' 하기보단 대회가 남긴 유·무형의 자산을 가지고 도시 브랜드를 제고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조직을 꾸리는 게 더 중요하다”며 “일례로 지자체가 국제 행사를 추진하려고 하면 외부 컨설팅 업체에 수 억 원을 들여 용역을 진행하는데, 만일 인천시나 인천시체육회에 내부적으로 관련 조직이나 기관이 꾸려진다면 장기적으로 큰 이득을 가져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국제대회나 행사를 치르는 게 간단치 않다는 걸 지난 '잼버리 사태'로 전국민이 알게 됐다”며 “인천은 인천아시안게임이라는 훌륭한 유산을 묵히지 말고 지금이라도 적극 활용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유희근 기자 allway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