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용 승강기는 평상 시엔 승객 또는 화물용으로 사용되고, 화재 발생 때엔 소방대의 소화·구출 작업을 위해 운행한다. 건축법 시행령은 높이 31m를 넘는 건축물에는 반드시 이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말 그대로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만들어 놓도록 한 구조물이다. 특히 초고층 건물에선 그만큼 요긴하게 쓰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고층 건물이 밀집한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비상용 엘리베이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하니 정말 아찔하다. 높이 100m가 훨씬 넘는 고층 빌딩에서 이렇게 안전은 제쳐둔 채 '나 몰라라' 하는 행위가 이어진다고 한다. 안전 불감증에 빠져도 유분수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위험한 데다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지난 1일 오전 11시 본보 기자가 찾아간 연수구 송도동 IBS타워 35층 건물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엘리베이터에 탄 뒤 1층 버튼을 눌렀지만, 작동되지 않은 채로 계속 문만 닫히는 일이 반복됐다. 만약 IBS타워가 화재 발생 등 위급한 때를 맞으면 어떨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비상용 엘리베이터가 결국 소중한 생명을 구할 '골든 타임'을 놓치는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지하 4층∼지상 35층 규모인 이 건물엔 중부해양경찰서와 인천항만공사 등 공공기관과 기업 80여 곳이 들어서 있어 더욱 신경을 써야 할 텐도 말이다. IBS타워 관리사무소 측에선 영업사원들이 비상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여러 기관이나 업체들을 무단 방문하는 일이 잦아 비상 시에만 운용할 수 있도록 해놨다고 강변하지만, 핑계에 불과할 뿐이다. IBS타워 건너 편 G타워 등 많은 고층 건물에선 평소에도 방문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늘 비상용 엘리베이터를 열어 놓는다.

위급한 상황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으므로 항상 비상용 엘리베이터 사용이 가능하도록 운영해야 옳지 않은가. 긴급 환자가 발생하거나 일반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는 등 문제가 생겼을 때도 바로 쓸 수 있어야 하는 게 비상용 엘리베이터이다. 소방 당국에선 차제에 취지에 맞게끔 비상용 엘리베이터를 운용하는지 고층 건물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해 시민 안전에 최선을 다하라고 촉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