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섭 군포 '산울배움공동체' 대표 교사]
선한 영향력 남기고 싶단 꿈에 시작
9년째 재직 대안교육 활성화 앞장
“사회적 인식 변화·제도 도움 필요”

“생명을 존중하고 하늘, 땅, 생명과 더불어 사는 힘을 키우며, 평화를 위해 함께 실천하는 살아있는 배움터입니다.”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대안 교육기관으로 등록·운영하는 '산울배움공동체(군포시 속달로 287-12)'. 이곳에서 9년째 몸담고 있는 신호섭(42·사진) 대표 교사를 만났다.

그는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가 어린이들을 건강하고 맑게 키우기 위해 모였다”며 산울배움공동체의 설립 목적을 강조했다.

현재 배움터에는 초등 대안 '산울어린이학교'와 중등 대안 '푸른빛중학교'가 운영 중이다. 6명의 교사를 중심으로 초등 12명과 중등 1명의 학생들이 꿈을 키우고 있다. 지금까지 어린이학교에서 94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산울은 지난 2007년 제1회 산울어린이학교 입학식을 통해 그 태동을 군포 지역사회에 알렸다. 2010년에는 방과 후 배움을 시작으로 2014년 부모 모임인 '민들레'를 출범시켰다. 이어 2015년에 배움을 삶으로 끌어낼 '배움 울타리'가 탄생했다. 2017년에는 논농사를 짓는 '논 하늘땅살이'가 시작됐다. 이후 개교를 기념해 '산울 열 살 맞이 잔치'도 열렸다. 2020년에 산울배움공동체의 정관을 전면 개정하고 교사 중심제를 선택했다. 2022년에는 '푸른빛중학교'가 새롭게 탄생했다.

어린이 학교는 부모들이 만든 조합을 중심으로 2019년까지 운영되다가 2020년부터 조합을 없애고 교사가 최종 결정을 하는 교사중심제로 운영시스템이 변경됐다. 지금은 대표 교사와 재정담당교사, 대표 부모(2인), 재정감사부모(1인) 등으로 구성된 대표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신호섭 대표 교사는 대학 졸업 후 사업도 하고 학원 강사로서 평범한 일상을 살았다. 그는 어느 날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다 세상에 선한 영향력과 긍정적 영향력을 남기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다. 그 시작이 교육에 있다는 확신으로 친구들과 의기투합했다. 그 시기에 마침 기존의 제도권 학교와 다른 교육을 하는 산울어린이학교에 대해 알게 됐다. 가볍게 경험해보자는 마음으로 구성원들과 일주일에 하루 같이 운동도 하고 다른 교사들과 배움에 동참하면서 어린이들과도 만남을 이어 갔다.

그는 4년째 대표교사를 맡고 있다. 특별한 권한은 없다. 그는 다만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마음의 건강한 부담을 갖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산울의 교육철학이 건강한 부담이자 목표가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 '산울배움공동체'에 소속된 학생들과 교사들이 군포시 대야미동 대야미 풋살장에서 축구수업을 마치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산울의 교육철학을 생명과 평화, 두 단어로 요약했다. “나를 알고 너를 알고 세상을 알고 이해해가며 평화를 만들어 가지만 생명과 평화에 대한 이해가 사람마다 많이 다름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그는 “어찌 보면 다른 게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그 차이를 서로 나누며 서로 다른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배움으로 삶으로 공부하는 산울배움공동체가 그 중심에 있도록 하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 안에서 평화를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학교에서 하는 모든 배움이 소중하다고 믿는 그는 교육목표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생명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배움은 하늘땅살이(농사)입니다. 학생들과 논·밭농사의 모든 과정을 스스로 기록함으로써 자기의 역사를 만들어 갑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며 서로를 더 이해하기 위한 생명 감수성을 길러갑니다.”

그는 이어 “더불어 사는 힘은 일상을 잘 살아내는 것을 반복하며 몸에 습관을 들여야 한다. 기술의 발달로 일상의 중요한 것들을 내가 직접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맞서 일상을 잘 살아가는 힘을 키운다”고 피력했다. 이것이 그가 생각하는 살림 배움이다.

그는 또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산울은 절기주간을 통해 때에 맞게 자연을 느끼고 배우며 절기 활동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통해 만들어진 물건과 음식을 마을과 나누며 마을과 관계를 맺고 마을 속 함께하는 배움터가 된다”고 강조했다.

산울을 이루는 세 주체는 어린이, 부모, 교사로 꼽았다. 이 세 주체가 평화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만나 때론 힘든 상황도 있지만, 바탕에는 서로를 살리는 삶을 살자는 마음을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 교사는 “대안 교육을 하는 사람들은 소수지만 마치 대안 교육을 하면 미래가 불안하고 어렵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이 불안을 넘어 계속해서 희망할 수 있는 경험을 하나, 둘 쌓아가는 산울 활동이야말로 미래의 불안을 넘어설 수 있는 밑거름으로 믿는다”며 나름의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또 “대안 교육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교육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그 변화를 만들기 위한 제도적인 도움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생명에 대해 올바른 생각을 해가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고, 국가 경제를 이끌어갈 일꾼으로서의 어린이들이 아니라 각자를 소중한 생명으로 바라보고 꽃피울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변화해가길 소망한다”고 주문했다.

/군포=글·사진 전남식 기자 nscho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