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악의적 정보공개청구에 행정력이 줄줄 새고 있다. 제도를 악용해 청구하는 건수가 계속 증가해 공직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보공개청구는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행정 참여를 이끌기도 하지만, 공직자에겐 과중한 추가 업무를 부르거나 괴롭히는 수단으로 이용되기 일쑤다.

인천시의회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별로 유용하지 않은 정보공개청구가 늘고 있어 문제라고 한다. 최근 인천시 공무원 업무포털과 토론방에 게시돼 큰 반향을 일으킨 사례를 한번 보자. 해당 공무원은 '한 민원인이 무려 20여 건에 달하는 정보공개를 청구해 며칠 동안 A4용지 1000장이 넘는 분량의 답변서를 작성해야'한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그 공무원은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과중한 양의 정보공개청구는 집행부와 의회 사무처를 가리지 않고 시 전체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는 게 시의회의 분석이다.

무분별한 정보공개청구는 공직사회 분위기를 해치고 공무원 사기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지난 7월엔 경기도 화성시 공무원이 민원인을 응대하다가 쓰러져 유명을 달리했을 정도다. 인천시에 접수된 정보공개청구는 2018년 6131건에서 지난해 8303건으로 35%가량 폭증한 상태다. 올해는 8월까지 7487건이 접수돼 연말까지 역대 최다 건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에서도 '민원업무 담당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운영하고 있지만, 피해 예방보다는 피해를 본 직원들의 지원에 무게가 실려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정보공개청구가 알게 모르게 공무원을 핍박하거나 업무 부담으로 힘들게 하는 도구로 쓰여선 절대 안 된다. 특히 제도를 악용해 행정력을 낭비하게끔 하는 일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 정보공개청구가 반복되는 분야의 경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답변서 준비에 들이는 노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고의적·악의적 민원에 대응할 수 있는 조례와 제도 등이 하루빨리 마련됐으면 한다. 일선 공무원들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민원 전문 상담관'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촉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