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중단 숙려제는 자퇴·유예 등 학업중단 의사를 밝힌 학생이나, 담임·상담교사가 학업중단 위기가 있다고 판단한 학생이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2012년 6월 시범 운영을 거쳐 2013년부터 일선 초중고교에서 시행되고 있다. 학업중단 위기 학생에게 일정 기간(최대 7주) 숙려 기회를 주고 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지원하여 학업 중단을 예방하고자 하는 목표다.
집안 사정, 성적 부진, 학교 부적응 등 다양한 문제로 학업중단 위기 처한 학생은 일정 기간 교육청이 지정한 위탁교육기관 또는 학교에서, 1대 1 맞춤 상담, 멘토링, 여행 및 체험 활동 등의 프로그램을 받게 된다.
2022년 10월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학업중단 학생 현황 및 학업중단 숙려제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학업중단 학생은 늘어나고 있다. 또 학교장이 2~3주간의 숙려 기회를 주고 학생들의 학업을 지속시키기 위해 학업중단 숙려제를 진행하고 있으나 학업에 복귀한 학생 수는 교육청과 학생별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 의원에 따르면 2021학년도에 전국의 초·중·고에서 학업을 중단한 학생은 모두 4만2755명으로 2020년 3만2027명에 비해 1만728명이 증가했다. 특히 고등학생의 학업중단율이 가장 높아 2만131명의 학생이 학업을 중단했다. 초등학생은 1만5389명이 학업을 중단했다. 학업을 중단하는 이유로는 초·중학생은 유학이나 해외 출국이 대표적이었으나 고등학생은 학교 부적응이 대표적이었다. 이처럼 학생이 학업을 중단하는 것을 예방하고자 한 것이 바로 '학업 중단 숙려제'인데, 숙려제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이 학업중단숙려제를 받고도 학교를 떠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의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매끄럽지 못한 운영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학업 중단 숙려제는 상담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위기 학생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상당수의 학생이 학교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행복해할까? 사실 학생의 행복에는 특별한 게 없다. 그저 학교 안에 친구가 있고, 그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으며, 때로는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된다. 그러므로 홀로 밥을 먹거나 교실에 남겨진 학생에게 친구처럼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작은 관심이 힘들어하는 학생에게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 학교에 적응할 수 있는 적응력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또 학생들은 교사가 형식적으로 상담하는 것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기에 '학업 중단 숙려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상담하는 거야' 같은 인상을 주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진실되게, 또 진심으로 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하며, 상담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학교 밖 청소년이 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공교육에 대해 다시 한 번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은 맞다. 따라서 '학생들이 왜 학교를 떠날까?', '떠나는 학생들에게 학교는 무엇을 제공해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함께 학업 중단 숙려제에 대한 촘촘한 정비와 개선이 필요하다.
학교 밖 청소년이 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학교 울타리만을 공교육의 범위로 정하는 것은 시대에 뒤처지는 행위이다. 학생이 행복할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학교를 떠나 학교 밖의 청소년이 되어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사회가 배려해 줘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생이 학업 중단을 고민할 때, 부모의 관심과 배려가 매우 중요하다. 학업을 중단하려는 학생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고 안타까워하는지 그 아픔을 이해하고 원인을 해결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학생이 학업을 중단하지 않고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먼저이다. 그동안 멀어졌던 학교와 학생들 사이의 일상 회복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최우성 다산고등학교 교장·<미래교육>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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