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문화공간 해시 '열우물展'
주민과 함께했던 '열우물 마을'
철거 전 모습까지 화폭에 담아
▲ 인천 부평구 십정동 열우물마을의 옛 모습을 담아낸 이진우 작가.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

요즘 인천을 돌아다녀 보면 지역 곳곳에서 높게 올라가는 새 아파트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노후화로 인한 안전문제로, 도심 활성화와 균형 발전 등의 이유를 앞세워 옹기종기 모여있던 옛 주택들은 사라지고 고개가 꺾일 정도의 초고층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선다. 몇 년만 지나면 처음부터 아파트가 있었던 건 아닌가 싶게 이전의 기억은 희미해져 간다.

약 30여 년 전, 그가 살았던 부평구 십정동 열우물 마을은 사람들의 온기로 가득한 곳이었다. 골목마다 뛰어다니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동네를 채우고, 언덕 맨 윗집부터 마을 초입 구멍가게까지 서로 정겹게 인사를 주고받았던 '우리 마을'. 이제는 6000세대가 육박하는 아파트 단지로 변모해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오는 11월7일까지 복합문화공간 해시에서 '열우물展-그 집들은 빈 집이 되었다'를 주제로 개인전을 여는 이진우 작가는 사라진 열우물 마을의 모습을 작품에 담아냈다. 그가 열우물 마을에 살며 마주한 이웃들, 그들과의 추억 그리고 사라져 가는 마을의 모습을 하나하나 기록했다.

“1995년쯤 출퇴근 문제로 지하철역 인근에 있는 열우물에 살기 시작했죠. 얼마 지나지 않아 IMF가 터졌고 다들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어요. '나의 붓질로 동네에 희망을 불어넣고 싶다'고 생각해 그때부터 동네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죠. 삭막한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니 분위기가 달라지잖아요. 주민들도 아이들도 좋아했어요.”

이후 '공공미술 열우물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마을에 대한 애정은 더욱 커졌다. 눈에 담은 마을의 모습을 꾸준히 캔버스에 녹여냈다.

그는 “수상한 사람이 화실을 기웃거리면 이웃분들이 따져 묻기도 하고, 공터에서는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곤 했다”며 “그러다 재개발 소식이 들려오면서 빈집이 하나둘 늘어났다”고 말했다.

사람이 떠나고 담쟁이가 주인이 되어버린 빈집, 철거 이전 어수선한 동네 어귀, 내 집을 떠날 수 없어 마을을 서성이는 주민들. 빈 둥지가 되어버린 열우물 마을로 전시회는 끝을 맺는다.

“지금은 초고층 아파트들이 높게 서 있지만 여전히 저에게 그 동네는 빈집들입니다. 그 빈집을 떠나 보내려는 마음이 언제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보는 아파트단지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음을, 이전에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있었음을 이번 전시회를 통해 한 번쯤은 생각할 수 있길 바랍니다.”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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