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농협쌀조합공공법인
40㎏당 산물 벼 수매금액 결정
작년 7만원대→올 6만3000원
농민들, 수확 벼 뿌리며 분노

조공법인 “손실 크면 수매 불가
적은 액수지만 나름 최선 다해”
▲ 지난해대비 쌀 수매금액이 7000원 인하되자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 가격 인하에 반발한 농민들이 조공법인에 산물벼를 뿌리며 분개하고 있다. /사진제공=파주시쌀전업농 농민

“농민들을 위한 조공법인이 오히려 농민을 죽이고 있습니다”

파주시에서 벼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농민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파주시농협쌀조합공공법인(이하 조공법인)이 지난해 대비 산물 벼 수매금액을 40㎏당 7000원을 삭감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26일 파주시 농업인과 조공법인에 따르면 조공법인은 올해 수확되는 되는 햇벼의 수매금액을 지난해 40㎏당 7만 3000원(GAP 우수농산물 지원 1000원, 식량작물재배 지원 2000원 포함)이던 것을 올해는 6만 300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지원금을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무려 7000원이나 적은 금액으로 농민들은 조공법인의 급격한 가격 인하에 충격을 받았다.

농민들은 조공법인이 농민들을 죽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면 이렇게 황당한 가격 결정을 한 것 자체가 믿어지지 않는다며 분노하고 있다.

분노한 농민들은 실력행사에 나섰다.

우선 지난 20일 직접 수확한 산물 벼 800여 ㎏을 조공법인에 뿌리고 불을 지르려 했지만 주위의 만류에 실행하지 못했다.

또 23일에도 파주시농업기술센터에 산물 벼를 뿌리고 시너로 불을 지를 계획이었지만 실행되지 않는 등 조공법인의 수매에 농민들의 반발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탄현면의 한 이장은 “주주가 농협 조합장으로 구성된 조공법인이 지난해 조합장 선거가 있을 때는 수매가격을 인상하더니 올해는 충격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는 만행을 저질렀다”면서 “몇몇 농민들은 당선을 위해 가격 인상이라는 꼼수를 부린 조합장들의 탄핵을 추진해야 하자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화를 참지 못했다.

파주시쌀전업농민협회 이호협 회장도 “조공법인의 결정은 쌀농사를 하는 농민들을 모두 죽이는 천인공노할만한 참사”라고 규정한 뒤 “모든 농민의 의견을 모아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으며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는 농민들의 의견이 다수다”라고 말해 추가적인 조공법인과의 충돌을 예고했다.

농민들의 이런 주장에 조공법인도 할 말은 있다.

조공법인의 자본금은 2011년 출자 당시 9개 농협에서 180억을 출연했지만 그동안 누적된 적자가 164억에 달하고 추가로 올해 19억의 적자가 예상되면서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갔다.

여기에 쌀값이 폭락하고 재고가 쌓이면서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접어들었다는 것이 조공법인의 설명이다.

특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의 공공비축미 수매가 매년 1만t을 유지하던 것이 올해는 6900t 줄어든 3900t으로 결정되면서 조공법인의 목을 더욱 조르고 있다.

이에 더해 정부가 해마다 지원하던 식량작물재배 지원 예산이 올해는 쌀이 아닌 콩으로 전환하면서 사실상 산물 벼 인하는 예견됐기에 조공법인도 마냥 가격을 지난해와 동일하게 이어갈 수 없어 가격 인하를 단행했지만 인하 폭의 충격이 농민들에게 너무 컸다.

다만 이런 속사정을 농민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급격하게 가격을 인하한 것은 조공법인으로서도 아쉬운 대처가 됐다.

이에 대해 황익수 조공법인 대표는 “적자 상황이 심각해 손실이 더 커지게 된다면 조공법인은 농림식품부에서 파산신청을 진행해 더는 수매는 불가능하게 된다”면서 “이런 사정을 세 차례나 농민단체와 조공법인 주주들과의 회의를 통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보다 수매금액은 인하됐지만 각 농협과 우수품종급 지원, GAP 지원 등을 고려하면 40㎏당 6700∼6800원이 실질적인 수매금액이 될 것으로 농민들에게는 지난해보다 적은 액수이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마지노선”이라고 설명했다.

/파주=김은섭 기자 kime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