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감학원 피해자의 참상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는 25일 안산시 선감도에서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유해발굴' 공개설명회를 열었다. 지난 9월21일부터 1개월가량 40여기의 분묘를 발굴해 이 가운데 15기에서 치아 210점, 금속고리 단추, 직물 끈 등 유품 27점을 수습했다고 한다. 치아 상태로 미루어 여기 묻힌 피해자들은 12~15세 정도로 추정된다. 분묘 크기도 길이 110~150㎝에 깊이가 50㎝가 채 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가매장 묘였다. 숨진 어린 피해자들을 마구잡이로 묻었다는 방증이다.

선감학원에 수용되었다가 숨진 아동·청소년은 정확한 인원수조차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곳에서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아동·청소년이 최소 1200명이 넘는다는 추정도 있다. 이번에 발굴이 이루어진 곳은 전체 매장 추정지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앞으로 선감동 산130-11 일대 등 5~6곳 모두 발굴이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어린 국민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진화위는 이미 지난해 △국가의 사과 △유해발굴 △피해회복 조처 △추가 피해자 확인과 추적 지원 △피해자 트라우마 연구 치유 등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김동연 도시자가 사과를 한 데 이어 올해 들어 확인된 피해자들에게 위로금과 생활지원금, 피해자 트라우마 해소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1년이 지났으나 아직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행안부가 관련 부처와 피해자 대표 간담회를 한 차례 진행했을 뿐이다. 유해발굴계획도 과거사업무관리지원단으로 미뤘다. 그러니 유해발굴 종합계획이 세워졌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매우 실망스럽다.

진화위는 오는 12월 선감학원 2차 진실규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누가 암매장을 명령하고 지휘한 책임자인지 밝혀질지 주목된다.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 말인 1942년 세워졌지만 해방 후 운영 기간(1946~1982년)이 훨씬 길다. 정부가 이렇게 소극적인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피해자에게 사과하라는 진화위의 권고부터 하루빨리 이행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