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가치함께 시네마'
미림극장 올해 마지막 상영
▲ 부대행사로 동구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찾아가는 정신건강 선별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 '가치함께 시네마' 상영 전 치매 인식 제고를 위한 안내영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낮 12시. 인천 동구에 자리잡은 미림극장은 많은 관객들로 북적였다. 백발에 지팡이를 쥔 신사부터 팝콘 한 봉지를 손에 들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는 어르신들도 눈에 띄었다.

극장 곳곳에는 노란색 조끼를 입고 어르신들을 돕기 위한 직원들도 배치됐다. 건빵, 음료수, 달고나 등 영화를 관람하며 요기할 수 있는 추억의 간식 꾸러미도 제공했다. 어르신들은 이날 상영작인 '광대:소리꾼'의 시작시간에 맞춰 설렌 표정을 머금은 채 객석에 자리했다.

이날은 국내 유일의 치매 친화 영화관 운영 사업인 '가치함께 시네마'의 올해 마지막 상영일. 인천광역치매센터와 동구치매안심센터, 미림극장 주관으로 지난 2019년 시범사업을 거쳐 2021년 정식 문을 열었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무료로 상영을 실시했다.

'가치함께 시네마'는 문화생활을 즐기기 어려운 치매 당사자와 가족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지역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각종 치매사업과 정보를 전달하고, 극장을 찾은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로 정신건강 선별 검사를 실시하는 등 부대시설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특히 초로기 치매 환자 2명을 일일직원으로 채용, 환자들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높이고 치매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일일직원으로 3년째 활동하고 있다는 한 어르신은 “나와서 일하는게 즐겁고 재미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또 해보고 싶다”고 수줍게 웃어보였다.

인천 동구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몇 해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입소문이 나서 한 번 오셨던 어르신들이 다시 찾아주고 계신다. 멀리 계양구와 서구 등에서도 오신다”며 “어르신들이 문화생활에 관심이 없다는 건 편견이다. 오시면 다들 좋아하시고 또 오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가치함께 시네마'는 치매 환자와 가족, 지역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의미있는 행사”라며 “올해에도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참여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