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가 집중된 인천에서 시의 피해 지원 예산 집행률이 아주 저조하다. 1%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많은 피해자가 주택 관리 부실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터무니 없는 수치다. 인천시는 전세사기 피해 주택 단지의 관리비 납부 실태 등과 관련해 '신고 의무가 없어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피해자들을 도와야 한다는 '의지의 부족'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인천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이달 4일까지 집행한 전세사기 피해 지원 예산은 총 63억원 중 5556만원(0.88%)으로 집계됐다. 명목별로는 긴급지원주택 입주자 이사비 지원 5223만원, 전세자금 저리대출 이자 지원 293만원, 월세 지원 40만원이었다. 예산 신청 건수도 65건에 그쳐 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인정받은 1540세대의 4.2%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1건을 빼고는 모두 예산 지원이 승인됐다. 인천시는 올해 집행되지 않은 지원 예산은 불용 처리하고 내년에 다시 피해 지원 예산을 새로 세운다는 방침이다.

인천시는 재정을 투입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대출이자를 지원하고 있다. 대상 소득 기준을 자체적으로 설정할 수는 있지만, 정부 지원 기준 7천만원을 적용한다. 이렇다고는 하더라도 피해 세대 수에 비해 극히 낮은 집행률은 이에 대한 인천시의 시각을 여지 없이 드러내는 셈이다. 시는 예산을 편성한 뒤 정부의 전세사기특별법이 발표되면서 경·공매 중지 등 대책을 시행했고, 시에 지원을 신청하는 수요도 많이 줄었다고 강변한다. 그래도 피해자들이 거주하는 전세사기 주택 관리 실태를 정확하게 조사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결국 전세사기 피해를 덜려면, 이들을 위한 지원 조례 제정이 필요하지 않냐는 분석이다. 이런 지적은 지난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인천시 국정감사에서도 나왔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 7월 전세사기 피해지원 조례를 제정해 지원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전세사기가 이대로 끝나는 문제로 볼 수 없는 만큼, 인천시도 관련 자체 조례를 만들면 어떨까 싶다. 그렇게 하면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별도 소득 기준을 설정해 더 많은 피해자가 혜택을 볼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