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청 20주년 기념식서 선포식
조례안 부결·한글단체 반발에
'비공개'로 추진…공론화 패스
경제청 “외국인 향한 메시지”

공론화를 건너뛴 채 인천 송도국제도시가 '영어통용도시'로 선포됐다. 관련 조례안이 부결되고, 한글단체 반발이 이어지자 '비공개'로 선포를 추진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을 향한 메시지”라는 입장을 내놨다.

인천경제청은 송도국제도시를 영어통용도시로 선포했다고 16일 밝혔다.

영어통용도시는 경제자유구역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도시로 만드는 시도다. 영어통용도시를 통해 투자 유치와 외국인 생활 여건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인천경제청은 설명했다. 송도국제도시 외국인 수는 4838명(8월 말 기준)으로, 전체 인구 20만3513명 가운데 2.37%를 차지한다. 영어통용도시 조성은 유정복 인천시장 공약이기도 하다.

영어통용도시 선포식은 전날 인천경제청 개청 20주년 기념행사와 동시에 진행됐다. 선포식까지 치러졌지만 인천경제청은 영어통용도시 조성 방안을 놓고 '비공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공감대 문제로 반대 여론이 불거지면서다.

사전 단계부터 영어통용도시는 진통을 겪었다. 인천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는 추진 방침 미비 등을 사유로 지난 3월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어통용도시 추진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안을 부결했다.

영어 남용과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인천경제청은 “미래 세대를 위한 준비”라며 지난 6월 학원연합회와 영어통용도시 업무협약을 맺었다. 전국 75개 국어단체와 인천 시민사회단체는 한글날을 앞둔 이달 4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위적인 영어 환경을 조성할 위험이 크다. 정책 계획부터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경제청은 “선포는 상징적 의미”라면서도 영어통용도시 조성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인천경제청 투자유치기획과 관계자는 “구체적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라며 “내국인 영어 사용을 강제할 수는 없다. 외국인 정주 여건을 향상시킨다는 대외적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