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부터 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우려했던 대로 피해 구제가 미진하다. 그러자 법 개정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경기 수원에서 전세 사기 의혹 사건이 불거지고 임차인 피해 신고 건수가 408건(13일 현재)으로 늘어나자 '선 구제 후 회수' 방식의 전세 사기 특별법 재개정 필요성도 부각 되고 있다.

한국도시연구소에 따르면 특별법 시행 4개월이 지났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대책을 한 가지라도 이용한 피해자는 17.5%에 불과하다. 더욱이 특별법에 따라 피해 인정을 받은 사례는 42.8%에 그쳤다. 전세 피해 5가구 중 3가구는 아직도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 하는 셈이다.

경매 시 임차인이 보증금을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는 최우선 변제 대상이 된 사례를 살펴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피해자의 28.8% 만이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별법이 실질적 지원책으로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은 당초 채권 매입을 통한 선 구제·후 회수 도입, 최우선 변제권 확대 같은 적극적 구제책이 논의만 되다 정부 반대로 빠진 탓이 크다. 그런데도 당사자가 피해를 인정받기 마저 까다롭다. 법이 피해자에게, 임대인이 고의성 있는 범죄자인지 증명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 부결 현황'을 보면 적나라하다. 94%가 임대인의 '기망·사기 의도'를 입증하지 못해서 부결됐기 때문이다.

불행이지만, 수원 이외에 전국적으로 추가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향후 1년간 만기가 돌아오는 전세가구 5가구 중 3가구, 규모로는 65만가구가 역전세 위험에 처해 있다. 속칭 '깡통전세'문제가 다시 불거질 경우 경제적 약자인 청년과 서민들의 주거와 삶이 흔들릴 수 있다. 이번 수원 사건의 피해자 대부분도 20~30대여서 더욱 그렇다.

서둘러 전세사기특별법을 재개정해 피해자 구제에 나서야 한다. 물론 법으로 모든 전세 피해자를 구제할 순 없다. 실태조사 피해임대인 지원 등 단기처방도 필요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법 문제가 해결돼야 그나마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