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국회에서 열린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며 시스템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회의원이 질의인지 질책인지를 하면, 후보자는 답변인지 변명인지를 하고, 대통령은 청문 내용·결과는 상관없이 임명하는 코미디가 반복되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해도 함양미달인 사람이 임명되는 현실이나, 고성이 난무하는 난장판 청문회를 보면, 이런 청문회를 왜 하는지? 이게 국가 최고기관의 인사검증시스템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조직에서 일할 때 '체계적으로 해라'는 말을 하고, 일이 잘못되면 '체계가 잘못되었어'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그런데 막상 체계가 무엇인가를 명확히 설명을 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체계(體系) 혹은 체제(體制)는 동의어로, 영어로는 시스템(system)을 뜻한다. 시스템은 '최소한 둘 이상의 하위 체제로 구성되고, 환경과의 관계에서 투입과 산출작용을 하는 전체로서의 특성을 갖는 집합체'로 정의된다.

그러면 시스템이 잘못(고장)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여러 요인이 있지만, 주요 문제는 시스템과 환경 사이에 원활한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인체도 하나의 시스템(유기체)으로 환경으로부터 산소, 음식물, 지식과 정보 등을 공급받아, 내부작용을 거쳐 환경으로 탄소, 일, 배설물 등을 산출하며 인체가 유지된다. 만약 인체가 환경과 상호작용(숨)을 멈추는 순간 인체는 소멸(죽음)의 길에 접어든다. 도시도 마찬가지로 인천을 둘러싼 환경과 원활한 상호작용을 해야 지속적 발전이 가능하며, 환경과 불통하면 인체와 마찬가지로 인천은 쇠퇴와 소멸의 늪에 빠지게 된다.

국회도 마찬가지고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국회와 정치권의 핵심 환경요인이 바로 국민이다. 그런데 정치권이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면, 정치체제는 생존할 수 없고 소멸의 길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정치체제가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인체가 공기를 들이마시지 않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환경과 불통인 시스템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북한 정권이다. 북한이 환경과 소통하지 않는 폐쇄체제로 작동한 결과, 세상에서 가장 뒤처진 후진사회로 남아있다. 정치권과 도시 모두 시스템이다. 국회와 도시 모두 살아남기 위해서는 바로 국민·시민과 원활하게 상호작용을 해야 하며, 소통이 멈추는 순간 체제는 소멸의 길에 들어선다는 것을 마음속 깊이 명심(刻骨銘心)해야 한다.

▲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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