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땐 보증금 못 받아' 기재
피해자 대다수 내용 인지 못 해
중개인 “보증보험도 가능” 설득
수원 등 전세 사기 피해 관련 고소장이 접수된 임대인 정모씨 일가 임대차계약서 특약에 '불안정한 건물'임을 증명하는 내용이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임차인에게 불리한 특약이지만 피해자들 대다수가 계약 시 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문제없다는 중개인 안내에 따라 계약을 체결해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인천일보 10월10일자 1·6면, 10월11일자 6면, 10월12일자 1면>
12일 인천일보 취재 결과 정모씨 일가 임대차계약서 특약사항에는 '임차인은 위 부동산에 존재하는 선순위 권리(근저당권·임차권 등)로 인해 경매 등이 실행될 경우 임차보증금 일부 또는 전부를 반환받지 못할 수도 있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건물에 대한 위험 사항이 있음을 고지하는 내용인 셈이다.
특약사항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함께 정해야 한다. 하지만 정씨 일가와 임대차 계약을 맺은 일부 임차인들은 사실상 계약서에 이미 기재돼 있었고, 해당 조항 삭제 요청에도 부동산 측이 삭제할 수 없다 못 박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정씨 아들 소유의 수원시 권선구 한 오피스텔을 전세 계약한 A씨는 “해당 특약은 계약서에 들어가는 경우가 별로 없어 빼 달라고 요구했더니 부동산 중개인은 모든 계약서에 들어가는 내용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며 “임대인 보증보험(보증보험)도 가능한 건물이니 괜찮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개인이 '건물 소유주 집안이 부동산·임대업 하는 집안이어서 괜찮다', '근저당 39억원이 있어도 건물감정가액이 2배가량 되니 특약과 상관없다'고 안심시켰다”며 “임대인에게도 재차 물어봐 달라고 했는데 중개인이 중간에서 안 된다고 딱 잘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때부터였을까 싶다”고 토로했다.
A씨가 거주하는 오피스텔 건물에는 보증보험을 든 호수와 들지 않은 호수가 섞여 있는 상황이다. A씨는 “특약조항 삭제를 계속 요구하자 마지못해 보증보험을 들어준다고 하고 들어줬다”며 “계약서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경우는 보험 가입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안 한 것 같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는 해당 특약은 계약서상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동의하에 '위험성 있는 물건이다'라는 것을 고지한 증거로 볼 수 있다며 보증보험을 가입한 경우 관련 내용도 특약에 포함해야 효력이 있다고 조언했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는 “이 경우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계약이 유효하다는 특약도 함께 넣어야 한다”며 “실제 보증보험에 가입이 안 되는 경우도 많고, (특약에 넣지 않으면) 계약 해지 사유라고 주장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계약서상으로 봤을 때 위험 부담이 있는 부분에 대해 임차인도 동의한 것이기 때문에 물건이 안전한가를 스스로 확인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전세 사기 의혹이 있는 정씨 부부와 아들을 사기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12일 오후 12시 기준 총 92건 접수했다. 고소장에 적시된 피해 액수는 120억여원이다. 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에는 전날까지 348건 신고가 접수됐다.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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