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 플랫폼 도입했지만
공감대 못 이뤄 활성 사용자 급감

인천 'XR메타버스' 앱도 마찬가지
AR 길 찾기·관광 안내 개발 불구
실제 이용자 드물고 상용화 미비

콘텐츠 강화·편의성 재검증 필요
▲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한 XR메타버스 애플리케이션. AR(증강현실) 길 안내 도우미가 중요 기능이다. /화면 갈무리

“지금 지자체가 하는 건 가상공간 구축인 건데, 그곳은 다 '고스트 타운'이라고 보면 돼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죽은 도시라는 점에서 메타버스라고 불릴 수 없죠.”

우운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인천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인천뿐 아니라 전국 지자체가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서 같은 양상을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현재 '메타버스 서울' 등 전국 14개 지자체가 메타버스 플랫폼을 도입했지만 이미 유령마을로 전락했다. 여기에 기존 통신사나 플랫폼 기업이 운영하는 메타버스의 월간 활성사용자(MAU) 수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 9월7일 공개된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주간기술동향 2107호'의 '메타버스 동향 그리고 전망' 보고서를 통해서도 이런 견해는 여실히 드러난다.

우 교수는 “메타버스의 가상공간은 매개체로서 사람을 모이게 하고, 모인 사람들의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만들어 가는 '세계'를 만들어 갈 때 의미를 가진다”라며 “가상공간만 있으면 세계가 구축될 거라는 순진한 생각에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죽은 가상공간을 만드는 실패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인천 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내부에서 XR메타버스 애플리케이션을 켜봤다. /박해윤기자

▲“굳이 앱 이용할 필요가 있나요?”…일상적 쓰임 어려운 XR메타버스 앱

메타버스 성공 조건인 참여와 공감대를 이뤄내진 못한 사례가 인천에도 있다. XR메타버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4일 인천 중구 중앙동2가 개항장 거리를 'XR 메타버스' 앱을 들고 찾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한 앱을 켜, 개항장 거리 일대를 비추니 인천 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등 대표 관광 명소 위로 좌표가 생성된다.

이를 누르면 해당 건축물의 역사와 정보 등이 보였다. 하단에는 앱 접속 초기 생성한 캐릭터가 현실의 나처럼 가상 세계 지도에서 함께 걷는다.

앱의 주요 기능은 AR(증강현실) 길 안내 도우미다. 이날 해당 앱을 이용해 직접 일본제58은행인천지점에 대한 길 안내도 받아봤다. 일반 내비게이션 앱처럼 안내 음성이 뜨고 카메라가 비친 실제 화면 위로 길 안내 도형이 떴다. 스마트폰을 들고 해당 표식들을 쫓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음성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개항장 일대 다른 관광지로 장소를 옮길 때 사용할 만큼 장점을 찾진 못했다.

가족과 친구 단위가 함께 오는 여행 특성상 스마트폰은 사진을 찍는 용도로 쓰이기 때문에 앱을 이용하기 번거롭기도 하다.

실제 이날 자녀들과 함께 개항장 거리를 찾은 김모(40)씨와 이모(38)씨는 “오늘 처음 이 앱을 알게 됐다. 실제 현실에 게임처럼 좌표가 뜨기도 하니 흥미는 갔다”라며 “하지만 실제 길 안내를 이 앱을 통해 받진 않을 것 같다. 문화해설사 선생님을 통해 개항장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앱에서 제공하는 설명보다 훨씬 자세하다”라고 말했다.

▲ 인천 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내부에서 XR메타버스 애플리케이션을 켜봤다. /박해윤기자

▲142억원 투입 '인천이음 프로젝트'…기술만 남겼다

올해 7월 출시된 앱 'XR메타버스'는 지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진행된 인천이음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진행된 5G콘텐츠 플래그십 프로젝트 공모 사업 일환으로 지난 2년간 국비 80억원 등 총 142억원을 지원받아 진행됐다.

당시 인천시는 12개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주축으로 인천국제공항·개항장·송도·부평역 등에 3차원 공간지도 구축과 5G와 연계된 길 찾기, 관광, 쇼핑 등의 메타버스 서비스 개발을 계획했다.

실내 측위 기술 개발 등 중요 성과를 냈지만, 실제 이용하는 사람이 드물고 상용화 측면에서도 미비한 게 현실이다.

결국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한국전파진흥협회 등에 따르면 인천시가 추진한 XR메타버스 인천이음 프로젝트는 최종 평가에서 57.5점으로 미흡 판정을 받았다.

평가자는 '콘텐츠 사용 편의성 부족 및 글래스 성능 수준 보완과 재검증이 필요하다'고 봤다.

당초 이 프로젝트에서 상용화는 주요 지표 중 하나였다. 이를 위해 장애인이나 특수 목적의 글래스 개발도 예정됐지만, 퀄컴 등 국제 기업의 기술 협력이 코로나19로 지연되는 등 난항을 겪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과업 자체가 산업 기술을 높이는 측면에서 진행됐다. 앱 서비스는 민간 영역에서 제공하고 있다”라며 “AR 서비스이다 보니, 그 지역에만 가야지만 체험이 가능하다. 주로 인천공항 등을 집중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박해윤 기자 yu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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