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경 탐사보도부장(부국장).<br>
▲ 이은경 경제부장∙부국장

야구를 제외하고 축구에는 사실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공을 몰며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는 그림이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손흥민 선수로 인해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챙겨보며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손흥민 선수의 빠른 돌파력과 상상하기 힘든 각도에서도 아름답게 공을 골대로 밀어 넣는 이른바 '원더골'은 나를 놀라게 했다. 우리나라에 이런 축구천재가 있음이 자랑스러울 정도다. 하긴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은 아무나 할 수 있겠는가.

어찌 보면 축구는 상대편 골대에 공을 넣으면 되는 간단한 경기다. 단순해 보이는 스포츠지만 수많은 전략 또한 존재한다. 골키퍼 포함 11명의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한 데다 그저 뛰어다니는 것 같아도 경기장에서 선수를 배치하는 포메이션은 여러 가지다. 4-4-2, 4-3-2-1, 4-2-3-1 등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

축구전문가들은 축구에 있어 팀워크가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팀워크야말로 승리를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것이다.

최근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가 이제는 탁월한 리더십으로 주목받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등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축구 실력을 갖춘 스타의 사람됨이 핫한 이슈가 된 것이다.

손흥민 선수는 토트넘 141년 역사상 처음으로 비유럽권 출신 주장이 됐다. 인종차별이 여전하고 보수적인 영국에서 그의 주장직은 여전히 질투와 시기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주장으로 그가 보여주는 리더십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팀워크를 만들면서 시즌 초반 토트넘은 5경기에서 4승1무로 2위를 기록,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구단 간판스타가 이적으로 팀을 떠났지만 예상 밖의 순위로 순항 중이다.

상황이 이렇자 영국에서는 주장 손흥민의 리더십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여러 대륙에서 건너온 개성 넘치는 선수들을 하나로 묶으며 이를 성적으로 증명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그의 축구 재능과 인간성은 세계적인 감독들의 마음을 훔치고 말았다. 토트넘에서 손흥민과 함께한 무리뉴, 포체티노 감독은 물론 한 번도 같은 팀에서 뛴 적 없는 리버풀 클롭 감독, 맨시티 과르디올라 감독까지 그의 실력과 함께 사람됨, 리더십을 칭찬하고 있다. 특히 그와 함께 공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같은 리그 타 구단 선수들도 손흥민 선수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력을 인정하고 있다. 감독이나 선수들 모두 같이 뛰고 싶은 선수로 손흥민을 부르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을 넘어 전 세계 축구 꿈나무들이 저마다 손흥민을 꿈꾸고 있다.

손흥민의 리더십은 이렇다. 공감능력과 배려, 희생, 화합, 협력, 카리스마 등등 긍정적인 단어들이 넘쳐나고 넘쳐 난다. 이런 단어들을 바탕으로 한 그의 리더십이 올 시즌 토트넘을 어디까지 올려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손흥민의 리더십을 어느새 우리는 한국식 리더십이라며 치켜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한국식 리더십이 아니다. 그저 손흥민식 리더십일 뿐이다.

한국 사람으로 단 한 번도 한국을 떠나지 않은 채 살아온 나는 이런 리더십을 우리나라에서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한국식 리더십은 손흥민 리더십과 정반대다. 정치만 해도 여야 모두 기본 실력도 없는 데다 연관단어는 공감능력 꽝, 불통, 계파, 갈등, 반목, 싸움, 고성 등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고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는 누구도 하지 않는다. 우리는 리더십이 실종한 시대에 살고 있다. 손흥민 리더십을 한국식 리더십이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그를 욕보일 뿐이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그만의 손흥민 리더십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리더십을 먼 영국에서만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현실에 쓴 웃음만 돈다.

손흥민 리더십이 한국식 리더십이 되는 그 날을 기대하며 손흥민 선수의 모든 경기에 열띤 응원을 보낼 것이다. 그가 월드클래스로 세계적인 축구 레전드가 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이은경 경제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