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병원 부지 투자 무산 되풀이
경제청 “환경 변화” 노선 변경
청라서 고배 마신 차병원 도전

12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차병원을 운영하는 성광의료재단과 '글로벌 특화 병원 유치' 양해각서를 맺으면서 송도 국제병원 부지가 또다시 꿈틀대고 있다. 수차례 투자 양해각서 체결과 사업 무산으로 매립 이후 20년간 황무지로 남았던 땅이다.

세포·항노화·난임 치료에 특화한 병원과 차의과대학 송도캠퍼스 설립 계획을 밝힌 차병원 행보에도 눈길이 쏠린다. 차병원은 앞서 청라의료복합타운 공모에서 서울아산병원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국제병원 부지를 더 이상 나대지로 놔줄 수 없고, 송도세브란스병원·청라아산병원 등이 추진 중인 상황에서 미래 의료 트렌드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양해각서만 수차례, 비운의 황무지

송도국제도시 1공구에 위치한 국제병원 부지는 투자 유치에서 거듭되는 비운을 맛봤다. 2006년 재정경제부가 뉴욕장로병원(NYP)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가 2년여 만에 협상이 종료된 게 시작이었다.

국제병원 투자 업무가 인천경제청으로 넘어온 뒤에도 '희망고문'이 계속됐다. 2009년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서울대병원이 참여한 양해각서가 맺어졌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2013년에는 인천시가 한진그룹과 손잡고 국제병원을 건립하는 청사진이 제시됐다. 1300병상 규모 종합병원과 연구교육 단지 등을 짓는다던 '한진 메디컬 콤플렉스' 양해각서 또한 2015년 해지 수순을 밟았다.

20년 가까이 투자 철수가 되풀이되는 동안 국제병원 부지를 둘러싼 여건도 바뀌었다. 지난해 송도국제도시에선 800병상 규모 송도세브란스병원이 2026년 개원을 목표로 착공했다. 청라의료복합타운도 공모 끝에 2021년 서울아산병원 컨소시엄과 사업 협약이 체결됐다.

대형 병원 유치는 국제병원 부지 앞날에 그늘을 드리웠다. 국제병원 부지 면적은 송도세브란스 병원(8만5800㎡)에 맞먹는 8만719㎡에 이른다.

김진용 청장은 지난 6월15일 인천시의회에서 “의료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당초 생각했던 국제병원 추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노선 변경을 예고했다.

 

▲경제자유구역 눈독 들인 차병원

국제병원 부지 밑그림이 그려지면서 차병원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차병원이 지난 10여년간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눈독을 들여왔던 까닭이다.

2014년 시와 인천경제청, 차병원 측은 1조5000억원을 투자하는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전문 병원과 교육·연구시설 등을 조성하는 내용으로, 이번 국제병원 양해각서와 큰 줄기는 비슷하다.

하지만 청라의료복합타운은 공모 방식으로 바뀌었고, 차병원은 사업자 지위에서 밀려났다. 공모에서 고배를 마신 지 2년여 만에 청라에서 송도로 방향을 튼 셈이다.

이날 차병원이 내놓은 특화 병원 구상 역시 양해각서 체결 단계라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 부호가 남는다. 인천경제청은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부지를 매입하고, 건축한 뒤 차병원에 건물을 임대한다는 계획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양해각서 유효 기간은 2년”이라며 “건축 계획 등은 사업 협약 체결 단계에서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관련기사
송도 국제병원 부지에 차병원 설립 추진 인천 송도국제업무단지 매립 이후 20년째 허허벌판으로 남아 있는 국제병원 부지에 차병원 설립이 추진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송도세브란스병원·청라아산병원이 들어서는 현실을 고려해 세포·항노화·난임 치료에 특화한 병원을 세우고, 차의과대학 캠퍼스와 연구시설도 유치하기로 했다.▶관련기사 8면 : [인천경제청-성광의료재단 양해각서] 20년 황무지, 이번엔 '차병원' 눈독인천경제청은 12일 송도국제도시 지(G)타워에서 차병원을 운영하는 성광의료재단과 글로벌 특화 병원 유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