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11일 '기후동행카드'라는 통합환승정기권을 내년부터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월 6만5000원짜리 카드를 사면 서울시내 지하철,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까지 무제한 원스톱 이용토록 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49유로 티켓'(도이칠란트 티켓)을 본떴다. 고물가 시대 서민들이 교통요금 부담을 덜고, 대중교통 이용을 늘려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높인다는 게 '기후동행카드'의 취지다.

그럴듯하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매우 큰 허점이 보인다. 무엇보다도 경기도민과 인천시민은 '6만5000원 카드'를 이용할 수 없다.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고 인천·경기에서 내리면 괜찮으나, 그 반대 경우는 혜택이 없다. 인천·경기에서 서울로 다니는 버스 승객 역시 이 카드를 이용하지 못한다. 치졸하고 근시안적인 서울 중심주의가 짙게 드러난다.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인천시·경기도와 협의를 한 적도 없다.

독일 '49유로 티켓'은 독일 전역의 대중교통 수단에 적용된다. 철도, 지하철, 트램, 버스, 페리까지 월 7만원 수준인 49유로로 1개월간 이용할 수 있다. 베를린이나 본 같은 도시에서만 쓰는 게 아니다. 독일을 벤치마킹하면서 본디 취지를 제대로 살리는 법은 배워오지 못한 서울시가 안쓰러울 지경이다.

서울시 관계자들은 수많은 경기·인천 사람들이 등하교와 출퇴근을 서울로 해야 하는 수도권 교통의 역사와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올해 들어서도 서울시가 버스와 지하철 요금 인상을 인상하는 과정에서 경기·인천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가 거센 항의를 받았다. 그런데도 이번 역시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했다. 시대착오이자 오만한 서울 중심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서울시가 한심하다.

독일의 경우 '49유로 티켓'으로 인한 손실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반반 부담한다. 한국도 서울만이 아니라 수도권 전역, 나아가 전국 단위의 통합환승정기권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모든 서민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고, 온실가스도 더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