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해윤 사회부 기자.
▲ 박해윤 정치부 기자

지금은 폐기된 변동직불제(쌀 목표가격제)에 대해 취재할 때다. 농민 취재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십분, 십오분 통화가 길어졌다. 잘 알지 못하는 걸 제대로 묻지 못했고, 어지러이 말만 늘어놓다가 수화기 너머 한숨이 들렸다. 가뜩이나 농번기 바빴던 취재원의 시간을 뺏은 민폐 기자가 돼 버린 느낌이었다.

한동안 이렇다 할 주제를 발제하지 못했다. 앞선 선배들에 비해 잘 알지 못한다는 부끄러움, 기사를 써도 완벽히 해낼 자신이 없어서였다. 두려움을 깬 건 현장에 있는 취재원과 많이 만나서였다. 처음에는 쭈뼛쭈뼛했다. 그래도 하나라도 더 듣고, 물어봤다. 이후 어떤 어려운 취재든 폭풍을 있는 그대로 맞았다. 원리는 같았다. 가서 묻고, 모르면 인정하고, 알아가면 된다. 뒤돌아봤을 땐 부끄러운 결과일 수도,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 어쩌면 모두가 고생했다고 말할 일을 했을지도 모른다.

최근 점심 자리에서 인천시청 공무원들의 기피부서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버스정책과, 택시운수과, 장애인복지과 등 민원이 많은 곳이다. 애써 목표를 갖고 지원했다 해도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동력을 잃기도 한단다. 공모 당선이나 시설 유치 등 눈에 보이는 구체적 성과가 흔치 않다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

메타인지를 전문으로 다루는 리사손 컬럼비아대학교 교수가 책과 강연을 통해 이런 말을 했다. 선택권이 주어질 때, 내가 편할 길 말고 최대한 스톰(폭풍)을 마주하라고 말이다. 누군가는 사서 고생 아니냐고 반문하겠지만, 자신이 뭘 알고 뭘 모르는지를 직면할 수 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받아들일 용기도 키운단다. 명확한 답지가 정해진 길 대신 하루하루 한계를 확인하고, 다시 또 용기 내는 이들을 응원한다.

/박해윤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