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한국인은 1876년 개방 이후 1953년 휴전까지 극한의 수난을 경험했다. 식민과 수탈, 분단과 전쟁, 폐허와 가난의 고통을 견뎌야 했다. 대한민국은 최빈국이었다. 지금은 선박 건조 세계 1위, 자동차 생산 세계 5위,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 세계 1위이며, 2020년 기준 국가총생산(GDP) 세계 10위다. 대한민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150여 개 국가 중 근대화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성장과 번영의 절정에서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저출산율, 고령화, 청년 및 노인 자살률, 고소고발무고건수 등에서 세계 1위이다. 반칙과 특권을 일삼는 각 분야 엘리트들의 금권 정치, 정경유착, 이기주의,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해 있다.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말이 유행하는 불평등한 사회다. 상위 10%와 하위 50% 국민의 부가 무려 52배 차이가 난다. 소득 불평등, 기회의 불공정 등 양극화가 심화되고, 고용 절벽과 노동 시장의 이중구조로 인해 청년층의 좌절감과 분노가 확산하고 있다.

거짓말과 편 가르기, 혐오와 분노가 우리 사회를 특징짓는 현상이다. 정치를 사유화하는 패거리 정치와 이권 정치가 팽배해 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격화되어 국민을 갈라놓고 있다. 정치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국회는 진영 싸움만 하고 있다. 국민의 의사가 국회나 정당을 통해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신이 깊어지면, 민심이 떠나가고 국민의 행복은 하락한다.

좋은 정치의 문화적 기반으로서 주목해야 할 요소는 겸손과 타협이다. 대화와 토론의 과정에서 나만 옳다고 주장해서는 안 되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신뢰 자본(사회적 자본)도 중요하다. 준법정신, 타인을 위한 배려, 애국심, 이타적인 행동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공공정신도 빼놓을 수 없다. 정치인이 공익 없이 이기적으로 행동한다면 민주주의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화적 기반을 체질화한 정치인이 부족한 게 우리 정치의 약점이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달성하고도, 삼류 정치 때문에 선진국의 문턱에서 좌절했다. 새로운 시대 정신은 공정, 정의, 공공선의 공화주의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법치를 확립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 상식과 원칙을 지키는 사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자유주의의 가치를 실천하고, 경제 성장과 혁신에 대한 방향을 선도하는 혜안과 정책도 필수적이다. 역동성과 창의성이 넘치는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양극화를 완화하고, 청년 세대에게는 비전과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이념 갈등과 분열을 통합으로 이끌 리더십도 절실하다. 2024년 4월 총선은 우리 국민에게 아주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다.

▲ 홍동윤 인천시 시민통합추진단 위원
▲ 홍동윤 인천시 시민통합추진단 위원

/홍동윤 인천시 시민통합추진단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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