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바이 사막
▲ 두바이 사막

지난 3월, 인천건축사회 해외탐방으로 진행된 두바이여행으로 시간을 돌려본다. 이국적인 공기 내음을 맡으며, 이른 아침 두바이 숙소 주변 산책과 사막투어로 여행은 시작되었다.

두바이 사막보존지구에서 사륜구동 자동차로 사막언덕을 누비며 질주할 때 날리는 모래 먼지는 여행객들의 놀라움에 찬 고함을 삼켜 버리곤 했다.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은 흐린 하늘과 물결 모양의 모래사막뿐이었다. 순간 이 지구 상에 자연은 이 둘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유목 생활을 했던 베두인족의 고단함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어둑해지는 사막을 가로질러 베두인 마을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전통식 체험 및 저녁 식사가 제공되는 동안 공연이 진행되었고, 어느덧 깜깜한 밤이 사막을 뒤덮고 있었다. 고개를 한껏 젖히고 하늘을 샅샅이 훑어 보아도 별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찌 된 일일까? 밤하늘에 별이 눈 씻고 찾아봐도 없으니 말이다. 현지인 말로는 사막 모래 먼지로 별은 거의 볼 수가 없다고 했다. 까만 밤하늘에 쏟아질 듯한 별들의 향연을 기대했건만 아쉬웠다.

▲ 알파히디 역사지구 내
▲ 알파히디 역사지구 내

10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알파히디 역사지구'에서는 아랍식 전통가옥을 볼 수 있다. 작열하는 태양 빛은 사막 모래색의 건물과 골목길에 짙은 그림자를 만들었고, 명암의 극명함은 건축물의 지역적 특성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전통가옥의 벽면은 산호로 만든 벽돌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가옥마다 높이 솟아있는 풍탑은 더위를 피하려던 아랍인의 지혜가 담겨있는 독특한 구조이다. 골목길 양쪽으로 즐비해 있는 형형색색 알록달록한 원색의 전통 공예품이, 건축물의 색상과 대비되면서 전통시장의 멋을 한껏 돋보이게 한다.

▲ 스타벅스 커피숍
▲ 스타벅스 커피숍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스타벅스 마크가 전통가옥 벽면에 부착되어 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전통성을 유지한 건축물 형태, 현재 트랜드 기능의 내부공간이 어우러져 미래를 향해 항해하는 듯한 스타벅스 커피숍은 신선한 이율배반이라고나 할까? 이곳에서 아이스 커피로 더위를 잠깐 잊는다.

▲ 아부다비 루브로 박물관
▲ 아부다비 루브로 박물관

두바이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아부다비로 이동하면 루브르 박물관 첫 해외 분점인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이 있다.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건축물은 돔 형태를 띠고 있으며 그물망처럼 짜인 천장을 통해 자연광이 내부를 비추어 오아시스를 연상케 하도록 디자인했다고 한다. 건축면적 2만4000㎡, 총 4개의 전시동에 12개의 상설전시실을 갖추고 있다. 10년 동안 약 10억 달러를 들여 2017년 개관했다고 한다. 전시품 감상 시간 보다, 건축물 주변 감상과 산책이 길었던 장소였다. 천장그물망(아랍전통모양인 마시라비야의 별무늬)으로 들어오는 빛이 바닥, 벽 혹은 수공간으로 떨어져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은 그 자체가 비디오 아트를 보는 듯 감탄이 절로 나왔다. 연 강수량은 약 100mm 정도로 건조하여 그물망 천장구조가 가능하다고 한다. 건물 주변으로 펼쳐져 있는 바다와 내부 수공간과의 연속성은, 섬 속의 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인공적인 건축물이 자연과 하나 되어 또 다른 자연의 일부가 되는 듯하였다.

두바이 여행을 하다 보면 큰 나무와 꽃이 유난히 많다. 사막에서 식물이 어떻게 이렇게 잘 자랄 수 있을까? 의심이 드는 순간 바닥을 보면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역시 돈이 많은 나라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두바이엔 마천루와 디자인의 천국처럼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지구 환경을 거스르는 자본과 기술이 집약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이종숙 건축사사무소화담 대표
▲ 이종숙 건축사사무소화담 대표

/이종숙 건축사사무소화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