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평항 상인 “재료 미리 대량 사들여”
소래포구 상인 “삶 무너질 일만 남아”
경기도, 정부에 국비 지원 확대 건의
▲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24일 중구 인천종합어시장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개시 뉴스가 나오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여름철이라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데 일본 오염수 방류까지 겹치니 코로나19 때보다도 더 힘드네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가 시작된 24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 농수산물도매시장 수산동. 가판대 앞에서 오염수 방류 관련 뉴스를 보던 상인 황재선(53)씨는 “20년 동안 장사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태풍, 수온 등 날씨 영향으로 수산물 원가가 오르락 내리락하는 상황에서 오염수 방류로 수산물 거부 움직임까지 예상되자 경인지역 수산업계 종사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이날 방문한 수산동은 활기를 잃은 모습이었다. 손님과 흥정하는 상인들 목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상인 김모(60)씨는 “여름철 비수기라는 특성도 있지만 문어나 조개 등 해산물은 그래도 잘 팔렸는데 몇 주 전부터 오염수 방류 이야기가 나오면서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 일본이 국제 사회에 반대에도 불구하고 24일 오후 1시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사진은 이날 촬영된 후쿠시마현 나미에 소재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모습./교도=연합뉴스
▲ 일본이 국제 사회에 반대에도 불구하고 24일 오후 1시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사진은 이날 촬영된 후쿠시마현 나미에 소재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같은 시간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 수산물시장도 한산하긴 매한가지였다. 일부 상인들은 간간이 시장 안으로 들어오는 손님들을 붙잡기 위해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흥정을 붙이기도 했다.

궁평항 내 튀김 거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이은실(66)씨는 “2주 전부터 손님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매출도 40%가량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징어 등 물건을 미리 대량 사들여 냉동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며 “손님들이 안전한거냐고 물어보기도 하는데 제때 다 팔 수나 있을지 걱정”이라고 불안해했다.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종합어시장도 오염수 방출로 손님들 발걸음이 줄어 불을 꺼놓고 장사를 접은 점포들도 있었다. 평생을 수산업에 종사한 김병수(56)씨는 코로나19 전 30% 정도로 떨어진 매출 감소를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 최근 직원 두 명을 해고하고, 업종 변경까지 고려하고 있다.

김씨는 “지금도 문을 열수록 적자인데, 결국 오염수가 방류되니 앞으로 누가 회를 먹겠느냐”며 “오늘을 기점으로 수산업계 상인들의 삶이 무너질 일만 남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례 소래포구종합어시장 상인회장은 “'일본산 수산물을 취급하지 않겠다'는 현수막 게시도 논의해 봤지만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정부에서 안전하다, 수질검사를 하겠다는 얘기만 되풀이하는 동안 소래포구가 내일 문 닫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쓰러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국민담화를 통해 “30여년간 계속될 방류 과정에서 일본이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촉구하겠다”며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조치도 견견고하게 해 식탁 안전에 영향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4면 : 민주당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피해 지원 등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응 4법' 당론 채택”

경기도는 오염수 방류 대응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경기지역에서 생산·유통되는 수산물의 방사능 검사 횟수를 1.5배 늘리고, 어업인과 수산업계·소상공인 피해 업종에 대한 국비 지원 확대 등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이원근·전민영·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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