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스위트약주 균주의 세포 모양.

“동글동글하게 똑같이 생겼는데 맛과 향이 다르다고요?”

전통주, 맥주, 과실주 등 주종별로 쓰임이 다른 효모 균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청중이 건넨 질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효모(yeast)가 빵과 술을 발효하는 미생물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떤 효모 균주를 쓰느냐에 따라 빵과 술의 풍미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효모는 발효효모 즉, '사카로마이세스 세레비지애(Saccharomyces cerevisiae)'를 떠올리기 쉬운데, 과학적으로는 암수 구분 없이 출아나 분열법으로 무성생식 하거나 유성생식을 하는 단세포 균류(곰팡이)를 일컫는다. 지구에는 전체 곰팡이의 약 1%인 1만5000종 정도의 효모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효모는 균주에 따라 유전적, 생리적 특성이 달라서 개별 균주를 순수하게 분리하여 이용한다. 이에 따라 효모는 주류나 빵 등의 발효식품뿐만이 아니라, 의약품, 화장품, 배지 제조나 효소생산 등 다양한 산업에 이용되고 있다.

국내 효모 시장 규모는 연간 230억 원(8000t)으로 추정되며 술과 빵을 만드는데 가장 많이 쓰인다. 대부분 수입 제빵용 효모를 사용하고 있는데, 국립생물자원관은 수입 효모를 대체할 자생 효모 개발을 위해 2012년부터 현재까지 제주도, 지리산 등 전국 각지의 야생식물 꽃이나 열매 등으로부터 효모 1700여 균주를 분리·배양하고 우수 자생 효모 발굴에 매진해왔다.

특히, 발효 능력이 우수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배양할 수 있는 사카로마이세스 균주(88개)를 대상으로 주류면허지원센터와 공동으로 2017년 3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전통주(약주·탁주·증류주), 과실주, 맥주 등 주종별 발효에 적합한 효모 선발 연구를 추진하였다. 그 결과 약주 발효에 최적인 효모 균주(2개), 탁주용 균주(2개), 증류주용 균주(1개), 맥주용 균주(1개), 총 여섯 균주를 선정하였고, 효모 배양 전문업체를 통해 일선 양조장에서 맞춤형 효모 균주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이전 하였다.

이중 지리산 산수유 열매에서 분리한 사카로마이세스 두 균주는 초기 발효속도가 빠르고, 발효 후 단맛과 감칠맛 등 풍미가 탁월하여 인공 감미료를 추가하지 않고도 전통주 본연의 단맛을 내는 특징이 있었다.

한편, 유럽에서는 와인이나 맥주 발효에 사카로마이세스가 아닌 다른 효모 균주를 사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 양조에 사용하는 누룩에도 피키아, 클뤼베로마이세스와 같은 비(非) 사카로마이세스 균주 비율이 상당하다. 그리고 항생물질을 만들어 자신을 보호하거나 꽃의 향기를 만들어 수분을 돕는 효모의 또 다른 기능에도 관심이 뜨겁다. 메치니코위아(Metschinikowia)나 오레오바시디움(Aureobasidium) 속 균주들이 대표적인데 이러한 항생 효과는 인간이나 동식물의 병원균을 제어하는 용도로 개발될 수 있다.

현재 국립생물자원관 미생물 배양체 은행에는 약 1700여 균주가 보존되어있고 이중 非 사카로마이세스 발효 관련 균주도 800여 개가 보존되어있다. 앞으로도 균주 은행에 보존되어있는 우리나라 효모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기를 바란다.

▲ 김순옥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소재활용과 환경연구관
▲ 김순옥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소재활용과 환경연구관

/김순옥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소재활용과 환경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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