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한 삶 통해 민본에 더 가깝게 다가서야
▲ 獨(홀로 독)은 개(犭)가 그물(罒)에 걸린 채 웅크린(勹) 벌레(虫충) 모습. /그림=소헌

자공(공자의 제자)이 진나라로 가는 길에 물이 든 독을 안고 끙끙대며 밭에 물을 대고 있는 노인을 만났다. 그런데 애써 수고한 만큼 효과는 매우 적어 보였다. “어르신, 하루에 100 이랑에 물을 댈 수 있는 용두레를 써보시지요?” 노인은 그를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그 기계에 대해 들은 적이 있소. 기계가 있으면 꾀부리는 일이 생기고, 꾀부리는 일이 생기면 꾀를 내는 마음이 생기며, 꾀를 내는 마음이 있으면 깨끗한 마음이 갖춰지지 않지요. 깨끗한 마음이 갖춰지지 않으면 마음이 편안하지 않고 그러면 도가 남아 있지 않겠지요? 제가 그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워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오.” - 「장자」 천지편.

오늘날 이룬 문명의 성과는 왜 극심한 위기를 초래할까? 인류에게 유익한가? 문명을 만드는 동기가 나쁘기에 결과도 나쁠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위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식이나 과학은 차라리 없었던 것만 못하게 되었다. 도덕경 제80장 獨立(독립-작은 나라를 꿈꾸며)에서 노자는 이상적인 국가를 말하고 있다. 小國寡民(소국과민)은 노자가 꿈꾼 이상향이다. 어쩌면 국가라고 하기 보다는 원시적인 촌락공동체나 부족사회를 연상시킨다. 지식이나 법률 그리고 정치가 필요 없다. 사람들은 자연에서 모든 혜택을 입기에 일체 문명의 利器(이기)도 필요 없다. 그곳에서는 無爲(무위)한 삶을 통해 民本(민본)에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다. 본문에서 什(습/십)은 열 명 伯(백)은 백 명을 가리키며, 復(부)는 '다시'라는 뜻으로 썼다.

 

나라는 작아야 하고 백성은 적어야 한다. 사람보다 열 곱절 백 곱절 효율이 있는 器機(기기)가 있더라도 쓰지 않고, 백성들은 목숨을 소중히 여겨 멀리 떠돌지 않는다. 비록 배나 수레가 있어도 타고 다닐 일이 없고, 갑옷과 무기가 있어도 입거나 쓸 일이 없다. 백성들은 문자를 버리고 다시 새끼줄을 묶어서 소통한다. 그렇게 맛있게 먹고, 잘 입고, 주거는 편안하고, 풍속을 즐거이 한다. 밖으로는 이웃한 나라와 마주보고 있어, 닭 울음이나 개 짖는 소리가 서로 들릴 정도지만, 백성들은 늙어 죽는 날까지 서로 왕래하지 않는다. (小國寡民. 使有什伯之器而不用, 使民重死而不遠徙. 雖有舟輿 無所乘之, 雖有甲兵 無所陳之. 使民復結繩而用之. 甘其食 美其服. 安其居 樂其俗. 隣國相望 雞犬之聲相聞. 民至老死 不相往來. 「道德經」 第80章-獨立)

 

獨 독 [홀로 / 다만 / 오직]

①蜀(애벌레 촉)은 스스로 실을 뽑아 그물(罒망) 같은 고치를 만들어 벌레(虫충)를 감싸고(勹포) 있는 모양이다. ②獨(홀로 독)은 개(犭.犬)가 그물(罒)에 걸린 채 몸을 웅크린(勹) 벌레(虫충)처럼 홀로 있는 모습인데, 생각하면 애처롭기도 하다.

광복절은 일제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주권(독립)을 되찾은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尹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위안부 피해자나 일제 강제동원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언급이나 책임을 호소하는 내용은 없이 일본은 협력 파트너로서 힘을 합쳐 나가야 할 이웃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날 일본 정치인들은 야스쿠니신사 집단참배를 했다. 일제의 '가해'는 빼고 '피해'만 남기고 있다.

“아아,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열리어 나타났도다. 힘으로 압도하는 시대는 가고 마땅히 행하여야 할 의로운 시대가 왔도다. (略). 이제 바로 새로운 문명의 밝아오는 빛으로 인류 역사에 비추어 쏟아내기 시작하였도다. (略). 우리가 본래부터 지닌 자유와 권리를 온전히 지켜 생명의 왕성한 번영을 흡족하게 누릴 것이며, 우리의 넉넉한 독창력을 발휘하여 봄기운이 가득한 세상에 깨끗하고 순수한 민족문화를 맺을 것이다.” - 「독립선언서」 끝부분.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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