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재래 발효식품 가운데 장류를 꼽는다면 당연히 된장, 간장, 고추장이다.
이러한 장류의 기원에 대해 살펴보자. 된장, 간장을 만드는 메주콩(대두)의 원산지는 어디일까? 바로 만주 일대와 한반도이다. 그러니 따로 묻지 않아도 된장, 간장이 어느 지역 음식인지는 바로 알 수 있다.
된장, 간장을 두고 중국이 원산지라느니 일본의 된장은 별다르다 라느니 일일이 따지는 것은 사실 어리석은 일이다. 음식의 전파경로를 따져 네것 내것 따질 일이 아니라 제대로 된 것을 얼마나 친근하게 자주 먹느냐가 중요하다.
된장과 간장은 원래 하나였는데 나중에 건더기와 액체를 나누어서 사용하게 된 것으로 되직한 건더기는 된장, 음식의 간을 맞추고 맛을 내는데 사용하는 액체는 간장이라 불렀다.
그런데 이러한 우리나라의 된장, 간장에는 놀라울 만한 과학이 숨어 있다.
메주를 띄울 때는 곰팡이와 세균의 도움으로 만든다. 메주의 겉면은 곰팡이가 슬어서 콩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생성되고 메주의 속은 Bacillus subtilis 라는 세균이 작용한다. 그러니까 곰팡이와 세균이 함께 콩 단백질을 분해하여 글루타민산과 각종 아미노산을 만들어 음식의 맛을 좋게 해줄 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 식물성 단백질을 공급하는데 크게 기여하는 것이다.
된장, 간장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많이 만들어지는데 각 지방의 특성과 풍습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주로 중부 이북의 지방은 순전히 콩으로만 만드는데 전라도나 경상도 등 남부지방은 콩에다가 밀이나 보리 등 곡물을 섞어서 만든다. 곡물을 섞어서 만든 된장과 간장은 곡물 함량에 따라 단맛이 나는 정도가 다르다. 지금도 전라도 지방의 된장은 곡물 함량이 많고 일본의 미소된장에서 달달한 맛이 많이 나는 이유는 일본의 고온 다습한 기후인 탓도 있지만 백제로부터 그 기술을 전수 받아서이다. 그들은 콩보다는 밀이나 쌀을 훨씬 많이 섞어서 만들고 이를 미소라고 불렀다.
된장, 간장은 우리네 음식에서 거의 빠질 수 없는 식재료이다. 원래 짠맛과 감칠맛을 더하는데 사용하였는데 어쩌다가 소금의 대명사가 되어 고혈압을 일으키는 주범(?)이 되었는지는 모르나 된장, 간장은 오히려 발효과정에서 그 맛을 강하게 해주어 소금을 실제 보다는 훨씬 적은 양을 넣어도 제대로 된 맛을 내는 역할을 한다.
된장과 간장이 발효되는 과정에서는 수천 종의 미생물이 관여한다. 이러한 미생물은 모두 인간에게 이로운 미생물들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미생물 가운데 대략 60%정도는 우리 몸에 이로운 존재들이고 20% 정도는 해를 끼치는 미생물들이며 나머지는 이롭지도 해롭지도 않은 존재들이다. 미생물이 없는 우리의 존재는 생각해 볼 수도 없을 만큼 우리 인간들의 삶은 미생물과 밀접하여 서로 돕거나 기생하거나 아니면 배척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특히 미생물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우리 몸의 장소는 대장과 소장이다. 우리 몸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면서 우리 몸을 나쁜 미생물로부터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이로운 미생물을 우리 몸속에 많이 존재하게 해야할 뿐 아니라 이로운 미생물이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도록 먹거리들을 공급해 줘야한다.
우리 몸속에는 수 천 종의 미생물들이 살고 있으며 그 숫자는 100조 개를 넘는다고 한다. 우리 몸의 세포 숫자 보다 10배는 많다. 이러한 미생물들은 우리 몸 속에서 다양한 역할과 공생을 통해서 인간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런데 이러한 미생물들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오늘날 인간들 거의 대부분이 겪고 있는 만성 질환들... 당뇨, 고혈압, 치매, 알러지, 각종 암, 면역기능의 이상 등등과 그리고 최근 점증하는 우울증, 조현병, 강박증, 망상 등 정신질환과도 관련이 있다. 그들이 내어놓는 여러 가지 물질들과 신경전달물질, 신경조절물질 그리고 호르몬 등과 관련이 크고, 심지어 곧 일본이 대양에 투기할 해양오염수의 방사능과 중금속으로부터도 우리 몸을 키켜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본에 원폭이 터졌던 아비규환의 현장 나가사키에서 시니코로 아키즈키 박사의 일행은 원폭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치료하던 중 특별히 그 피해를 잘 견뎌내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조사하였더니 이들은 된장국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박사는 된장 속의 dipicolinic acid라는 알칼로이드 물질이 몸속의 방사능, 중금속과 결합하여 몸 밖으로 배출해주는 작용을 하는 것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된장과 간장을 만드는 데는 발효 방식을 거치지 않고 만드는 된장과 간장이 발효음식인 양 대량 판매되고 있다. 수천 종의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어야 그 기능을 발휘할 텐데 대두를 염산으로 분해하고 양잿물로 중화하여 만드는 산분해 간장은 화학적인 방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으로 만든 된장, 간장은 절대로 발효음식이라고 할 수가 없으며 앞에서 말한 배출작용이나 항암작용, 면역향상 기능 등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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