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2004년 활초리 일원
'고향의 봄 꽃동산' 사업 추진
2018년 친일 행적 논란 중단
'근대음악전시관 추진위' 출범
반대 모임 “홍난파 기념관 설립”
화성시 “여론 수렴” 민문연 “백지화”
친일행적으로 논란을 빚은 작곡가 홍난파의 생가 부지에 들어설 화성시의 문화시설 건립 사업이 19년째 표류하고 있다.
지역문화시설 확충과 친일 인사의 선양 사업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화성시는 지난 2004년 홍난파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고향의 봄 꽃동산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고향의 봄 꽃동산 조성사업’은 작곡가 홍난파의 생가 일대인 남양읍 활초리 일원에 난파 홍영후 선생의 음악적 업적과 역사적 사실(친일정책 포함)을 담은 자료관, 야외음악당, 공원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었지만, 부지확보와 친일 행적 논란 등으로 중단됐다.
시는 같은 해 한국갤럽이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83.7%가 ‘홍난파 친일 행적에도 꽃동산 조성사업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답한 결과를 토대로 다시 사업을 재개하려 했으나, 홍난파가 2005년 민족문제연구소가 발표한 ‘친일인명사전’ 명단에 오르면서 무산됐다.
시는 또 2007년부터 다시 부지 매입에 나서 최종 부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거듭되는 논란으로 2018년 전면 중단됐다. 전체 부지 매입에만 60억원가량의 예산이 소요됐다.
이 사업이 다시 고개를 든 건 지난 3월 시가 (가칭)‘근대음악전시관 건립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 용역’에 나서면서다.
시는 오래 방치된 이 부지에 근대음악전시관을 세워 문화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여기에 지난 3월20일 ‘근대음악전시관 건립사업 추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공식적인 사업 재개 소식이 지역사회에 전해졌다.
민족문제연구소를 주축으로 결성한 ‘근대음악전시관 반대 시민모임(이하 홍난파 반대 시민모임)’은 즉각 문제 제기에 나섰다.
지난 7월6일 시민모임 20여명은 화성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대음악전시관의 건립 철회를 촉구했다. <인천일보 2023년 7월7일자 6면 보도>
이들은 근대음악전시관 건립이 홍난파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고향의 봄 꽃동산 조성사업’과 결을 같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홍난파 기념사업에 관여해 왔던 주축 인사들이 건립 사업에 가담하면서 사실상 근대음악전시관의 건립은 ‘홍난파 기념관’을 세우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에는 근대음악전시관 반대 시민모임이 화성지역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벌인 공개질의서 답변 내용을 발표하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공개한 공개질의서 답변에 따르면 송옥주(더불어민주당∙화성갑) 의원은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돼 진행됐으면 좋겠다”며 중립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원욱(민주∙화성을) 의원도 “시민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기를 바란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반면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근대음악전시관의 건립을 반대한다”며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이에 대해 화성시 관계자는 “활초리 매입부지 활용에 대해 아무것도 정해진 바 없다. 현재 타당성 용역을 통해 도입 시설을 구상하는 중”이라며 “친일반민족행위자에 대한 선양 사업으로 갈 생각은 없다. 이른 시일 내 용역 보고회를 열고 지역주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추진해 가겠다”고 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근대음악전시관의 건립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 하반기 공청회를 통해 건립 철회를 위한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홍난파는 1973년 11월 민족운동을 표방한 단체에 가맹한 것을 후회하며 일본에 충성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사상전향에 관한 논문’을 일제 검찰 당국에 제출해 이를 친일 행적으로 간주하고 2009년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다.
또 일제의 침략전쟁과 전쟁동원을 미화하는 다수의 친일 음악을 작곡∙연주해 ‘음악 보국’에 앞장서 온 대표적 친일파로 분류되고 있다.
/글∙사진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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