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백남준아트센터'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3.0'

12월 3일까지… 라재혁 등 7명 참여
한재석, 다양한 전자기기 설치 선봬
오로민경, 시간 풍경·빛의 대화 표현
원우리, 인공와우 협업 와우 연작 시작
조호영, 불규칙한 바닥 구조물로 채워
조태복·지인, 여러개 스피커 잔향 부각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이하 센터)는 오는 12월3일까지 백남준의 실험적인 예술정신을 공유하는 신진작가들을 발굴해 소개하는 프로그램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3.0'을 선보인다.

전시 형식의 실험이자 미술관의 가능성을 확장하고자 기획된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3.0'에는 라재혁, 한재석, 오로민경, 원우리, 조호영, 그레이코드·지인 등 6명(팀)의 작가가 참여한다.

'랜덤 액세스'라는 명칭은 백남준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1963)에서 선보였던 동명의 작품에서 비롯했다.

랜덤 액세스는 마그네틱 오디오테이프를 릴케이스 밖으로 꺼내 벽에 임의로 붙이고, 관객이 마그네틱 재생헤드로 자유롭게 테이프를 긁어서 소리를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라재혁 작가는 센터 뮤지엄숍과 카페테리아에서 오는 9월10일까지 소리 설치 작품을 선보이는 '나로부터 몇 인치 떨어져서'를 연다.

이 전시에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작가가 설계한 소리가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소리는 주변 소음과 함께 존재하고 소음의 수준이 일정한 크기를 넘어서면 변하기 때문이다.

소음으로 소리 인지를 확장하는 '차폐(遮蔽)'라는 개념은 숨김을 통해 다른 한쪽을 드러나게 하는 원리에 근거한다.

라재혁은 이 차폐 현상을 작곡의 재료로 삼아 음악과 일상의 경계에서 실험하고, 곡의 연주를 설계한 작곡자와 실제로 연주를 감상하는 관객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상호작용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한다.

한재석 작가는 백남준 특별전 '트랜스미션: 너에게 닿기를'이 전시 중인 제2전시실에서 오는 31일부터 9월24일까지 전시 '센트럴 도그마'를 선보인다.

스피커를 수집하고 제작하면서 음향 출력 장치와 소리의 물리적 성질을 탐구해온 한 작가는 스피커, 금속 막대, 전선, 전구 등 다양한 전자기기와 사물을 사용한 설치 작업을 보여준다.

입력과 출력, 수신과 발신 등 의사소통의 한 형태로서 피드백의 원리를 소리 설치로 구현하는 작가는 전시 공간에서 빛과 소리 요소를 극대화하는 라이브 퍼포먼스로 관객과 직접 만날 예정이다. 소리를 듣는 경험에 주목한 오로민경 작가는 미술관에서 보는 경험을 듣는 감각으로 전환하는 '빛을 전하는 시간'을 오는 9월19일부터 12월3일까지 선보인다.

푸른 뒷동산과 하늘이 한눈에 들어오는 2층 전시실 창가에 놓인 것은 벤치와 헤드셋뿐이다. 헤드셋에서 들리는 몇 사람의 음성은 해 질 무렵 장애인과 비장애인, 서로 다른 몸의 친구들이 만나 시간의 풍경과 빛에 대해 나누는 대화이다.

작가는 미술관에서 시각을 중심으로 한 작품 감상에 더해 눈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작품을 경험하는 방식에 주목하며 전시뿐 아니라 공연으로 관객과 만난다. 9월26일부터 10월22일까지 열리는 원우리 작가의 전시 '소리 넓히기'는 2층 전시장 안쪽 블랙박스에서 볼 수 있다.

원 작가는 작곡을 위해 음(音) 재료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모든 사람이 소리를 듣는 정도가 같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인공와우 사용자와 협업한 '와우' 연작을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인공와우 사용자의 청감 훈련 연구를 바탕으로 작곡한 음악을 재생하고 그 소리 데이터를 시각 데이터로 전환한 영상을 함께 선보인다.

조호영의 전시 '한 뙈기의 땅'(9월26일∼10월22일)은 미술관 1층 랜덤 액세스 홀에서 선보인다.

작가는 랜덤 액세스 홀의 바닥을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설치 구조물로 채워 넣는다. 장치된 바닥 위에 올라선 관객은 수직·수평의 미세한 움직임을 느끼며 몸의 균형을 잡아갈 때 사용하지 않던 신체의 감각을 새롭게 체험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운동 에너지의 평형상태를 이루는 관계가 마치 하나의 생명과 같아서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다각적인 방향에서 지속적인 에너지를 투입하고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함을 보여준다.

전자음악 작곡가이자, 사운드-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으로 활동하는 그레이코드(조태복)와 지인(정진희)은 제2전시실에서 또 하나의 전시 'WIWR: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약하게 반향하는'(11월7일∼12월3일)을 연다.

제목처럼 상호작용에 주목한 소리 설치는 전시 공간에 놓인 여러 개의 스피커가 하나의 공통된 시스템을 공유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을 잔향으로 드러낸다.

이들 작업에서는 전시 공간에 이미 들어찬 소음, 관객들이 나누는 대화, 발걸음 소리도 재료가 된다. 백남준의 비디오에서부터 전시장의 현장 소음까지 반영한 설치와 라이브 퍼포먼스는 청각은 물론 시각, 몸의 경험에 관여하며 듣는 방식을 주의 깊게 살펴보도록 자극한다.

/김장선 기자 kjs@incheonilbo.com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