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사적지는 지난날 독립운동의 상징이다. 하지만 경기도 내엔 광복 78년이 지난 현재까지 방치되고 있는 사적지가 많아 일제 항거 정신을 퇴색시키고 있다. 관리부실은 기본이고 흔적을 알리는 푯말조차 없는 곳도 부지기수다.

그나마 원형이 보존된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역사적 사실을 알려주는 표지판은 물론 건물의 존재조차 없는 곳이 허다하다. 또 훼손되거나 쓰레기 속에 방치되는 곳도 수없이 많다. 무분별한 개발과 역사의식 결여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관계기관과 지자체도 한몫한 결과여서 안타까움이 크다. 광복절을 맞아 순국선열들에게도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으며 참담하기까지 하다.

인천일보 보도(14일자 1면)에 따르면 경기지역 독립운동 사적지는 3·1운동 155곳, 의병전쟁 33곳, 해외독립운동가 11곳, 의열투쟁 8곳 등 총 233곳이다. 각 대표 장소는 사강장터 3·1운동 만세시위지, 최익현 생가터, 조소앙 형제 집터, 현방리 경찰관주재소 터 등이 있다. 이는 '국내 독립운동·국가수호 사적지' 데이터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이 가운데 수원자혜병원 3·1운동 만세시위지처럼 멸실(92곳)됐거나 김량장공립보통학교 3·1운동 만세시위지 등 변형(121곳)된 사적지는 213곳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흔적의 91.4%를 보전하지 못한 셈이다. 원형 보존은 13곳, 복원은 7곳에 그쳤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사적지 방치와 변형의 원인이 경기도와 시·군의 책임 떠넘기기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사적지는 문화재와 달라 관리 근거가 애매한 점은 있다. 문화재의 경우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 등에서 관리·보호 의무를 강제하고 있지만 사적지는 없어서다.

거기에 토지소유주의 권한이 더해져 관리와 보존 복원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를 핑계로 독립운동의 상징물 관리책임을 서로 미룬다는 것은 존치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더욱 그렇다. 서로 머리를 맞대 해결방안을 모색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광복 78주년을 맞아 지금이라도 새겨듣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