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곳에 사는 조카의 결혼식 택일 소식을 들었다. 반가운 마음에 결혼과 출산 기피에 대한 원인과 처방에 관한 다른 생각을 해보았다. 평소 생활현장에서 접하는 청년들의 관점과 과거 기업 인사과장 시절에 파악한 회사를 떠나는 이유와 견주어 본 의견이다. 인구 감소에 대한 원인 분석과 처방에 엄청난 노력과 천문학적인 돈을 들이고 있으나 해결 단서를 찾지 못하는 듯하여 다른 영역에서 힌트를 찾아본 가설이다. 결론은 결혼 기피, 출산율 저하는 부모의 행복하지 못한 모습에서 본인의 실망스러운 미래 자화상을 보았기 때문이다. 회사 직원들의 사직 인원 증가는 직속 상사의 모습에서 미래의 자화상을 보고 실망한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결혼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성에 끌리고 그로부터 가족이 구성된 이후에는 인생 역경을 헤쳐 나가는 힘이 되는 것이 동서고금의 공통점이다. 그런데, 훨씬 풍족한 시대지만 내 집 장만과 육아, 경제가 어려운 것이 어느 순간부터 결혼과 출산 기피의 원인이라고 당연시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지금 눈앞에 있는 부모와 가족 구성에 비추며 결혼 이후의 모습에 부정적 생각을 하게 된 것으로 본다. 가족의 은밀한 문제라 노출되지 않을 뿐이다. 익명의 설문조사나 깊은 인터뷰를 통해야만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 생각은 다양한 연령층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첫째는 이혼 부부가 눈에 띌 정도로 많아진 것이다. 청년들 면접에서 가족관계를 파악하다가 알게 되었다. 당사자는 하나같이 표정이 굳어졌다. 둘째는 황혼이혼의 급격한 증가다. 결혼 20년 이후에 헤어지는 황혼이혼 인원의 구성비가 이혼의 40%대가 넘었다는 통계도 눈에 들어온다. 셋째는 주변에 쇼윈도 부부가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실제는 이혼한 수준이면서 주변을 의식해 무늬만 부부인 경우다. 세 경우 모두가 적령기의 자녀에게 결혼 기피를 넘어 혐오를 줄 수 있는 일이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말같이 힘든 줄 알면서도 선택하는 데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부모의 결손을 보니 미래 자화상이 답답해지는 것이다.

이런 가설은 지난 40여년 동안 기업 인사관리를 통해 알게 된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를 근거로 한다. 심층 인터뷰를 통해서 들을 수 있었다. 대체로 대학원 진학이나 유학, 다른 회사의 스카우트 제의, 직무 적성 등의 표면적 이유만 드러난다. 회사가 성장하며 본인 미래도 긍정적으로 예견될 만한 상황에서 오히려 사직이 더 많아지는 것을 보았다. 집요하게 이유를 파고들면 80% 이상이 직속 상사 때문이었다. 상사가 고약하다면 당연하기도 하겠지만 유능한 상사일수록 사직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과 승진 등이 본인의 미래 행복이 아니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보고 본인 미래를 설계하고 있었다.

지난 2021년 3월에 통계청일 발표한 '2020년 혼인이혼 통계' 보도 중에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내용을 그대로 옮겨 본다. 보도 제목은 “결혼해도 결국 혼자… 부모세대 황혼 이혼 보며 허탈”이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부모가 황혼이혼 하면서 자녀들이 결혼에 대한 환상을 버리는 경우가 생긴다고 설명한다. 자녀들은 부모들이 지지고 볶으며 싸우다 결국 늙어서 헤어지는 결말을 보고 나면 '어차피 결혼해봤자 행복을 찾기 어렵다'는 인식이 싹튼다는 것이다.” 이혼 전문 변호사의 말로 “이혼을 다루는 변호사들 사이에선 우스갯소리로 50대가 최우수 고객이라는 말까지 나올 만큼 황혼이혼이 늘고 있다”며 “황혼이혼 상담을 하러 온 고객 중에는 '결혼식장에서 애들이 떳떳하지 못할까 봐 이혼이 꺼려진다'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똑바로 지켜보는 자녀의 미래가 부모 삶과 같이 움직인다는 것을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조카의 결혼 소식을 축하해 주며 당사자를 포함한 가족들에게 “우리 더 재미있고 즐겁게, 그리고 아름답게 살자. 손주가 지켜본다”며 한마디 해본다.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부회장∙K-Bridge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