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11일 서울 상암에서 K-팝 콘서트와 폐영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역대 최악의 대회”라는 지적이 나오는 터라 폐영 이후 후폭풍이 거셀 것이다. 대회 벽두부터 비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 영국과 미국 등 국가가 참가자를 철수시키자 여야는 격렬한 상호 비방전을 펼쳤다. 현 정부는 전 정부에, 전 정부는 현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공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제부터는 진정한 책임규명의 시간이다.

새만금 잼버리 유치는 2012년 전라북도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시작되었다. 새만금 대회는 2016년 정부로부터 국제대회로 승인받았고, 2017년 8월 세계스카우트 총회에서 새만금 개최가 확정됐다. 여러 정부에 걸쳐 10년이 넘는 유치경쟁과 7년가량의 대회 준비가 진행되면서 투입된 예산이 총 1170억 원이다. 누구 책임인가를 따지기 전에 정부와 여야는 우선 참가자들과 국민에게 깊이 고개 숙여 사죄부터 해야 한다. 전 정부와 현 정부 모두 진심 어린 반성문을 제출해야 마땅하다. 한여름 간척지 대회 준비에 착수하면서 예측 가능한 폭염 폭우 태풍 대비책을 계산하지 못한 데 대해 전 정부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현 정부는 정권 인수 직후 당시 준비상황을 점검해 보완책을 제시하지 않아놓고 이제 와서 주요 기반시설 구축은 전 정부에서 이뤄졌다고 발뺌하는 비겁한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 '잘 되면 내 덕, 잘못되면 네 탓'이라는 치졸한 행태를 대체 언제까지 되풀이할 건가.

대다수 국민은 성숙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수도권으로 긴급 이동 결정이 내려지자 지자체와 민간시설들은 적극적으로 협조했고, 외국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정부와 여야 모두 '준비(Be Prepared)!'라는 스카우트 정신은 저버리고, 대회 후 새만금 활용이라는 잿밥에만 눈이 어두웠던 것은 아닌지 이번 참에 깊이 반성해 봐야 한다. 새만금 잼버리 평가만큼은 정쟁이 아니라 냉정한 자기성찰을 앞세워주기 바란다. 먼저 반성하는 쪽이 승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