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에게 집이라는 존재는 안식처와 같다. 편히 쉬며 가족들과 둘러앉은 식탁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며 눈과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칠흑 같은 밤에도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다. 가장 원초적인 배설 문제를 포함해서 말이다.

이런 집이 어떤 이들에겐 꿈과 같은 공간이었다.

최근 인천 미추홀구와 동구, 서구, 중구 등 화장실이 없는 집들을 현장 취재했다. 화장실이 집 안에 없어 하루에도 수차례 불편함을 감수하고 집 밖으로 나가야 했으며 특히 새벽 시간에는 안전 문제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불편하지 않냐”는 기자의 물음에도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이런 생활이 익숙하다”며 아무렇지 않은 듯 답을 했다.

지자체 등 여러 기관이 주거 개선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화장실이 없는 집의 경우 워낙 평수가 작은 탓에 하수도나 정화조를 묻을 공간이 없어 구조적으로 집 안에 화장실을 만들 수 없었다.

이들의 사연은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이들로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가 우리에게 툭 던져졌다. 오늘날의 인천시 주거 격차는 지금 '문제'지만 장래엔 '재난'으로 발전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지리멸렬한 주거형태는 도시 미래 설계 도면에 어디에도 끼어들지 못하고 있는 만큼 짧게는 10년, 멀게는 50년 미래를 내다보는 도시 계획이 필요하다. 쪽방촌보다 더 낮은 최하위 부류로 분류되는 이들에서부터 도시 설계가 시작돼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공적인 영역에서 이들의 집을 매입해 이주를 독려하고 주거지 특성과 한계에 대해 심층 분석한 맞춤형 주거지 관리 정책이 요구된다. 이들을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도록 할 자구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회진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