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 인현동 화재 참사 사건으로 희생된 학생들을 기리는 추모 공간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인천시교육청은 다음 달 말까지 학생교육문화회관 1층 실내에 추모공간을 만들고 위령비가 있는 주변 조경 정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1999년 10월30일 인천 중구 인현동 한 무허가 술집에서 불이 나 청소년 56명이 숨지고 81명이 다친 참사가 일어난 지 24년 만에 공식 추모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24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피해자 추모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쉽지만, 이제라도 추모 공간을 만든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인천 지역사회는 꽃다운 나이에 희생된 아이들의 넋과 자식을 잃은 채 상실의 고통 속에 살아온 유가족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현동 화재 참사 사건은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와 탐욕에서 비롯된 사건이었다. 경찰 수사 결과 불이 난 술집은 불법 영업 중이던 무허가 업소였고, 공무원들은 이 업소와 뇌물수수 등으로 유착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상적인 사회 시스템이 가동되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사고였다. 그런데 당시 사회 분위기는 일부 일탈 청소년들의 술집 출입으로 비판의 초점이 맞춰진 채 참사의 본질을 가렸다. 희생자를 향한 왜곡된 시선으로 지역사회는 반성도 애도하는 마음조차 가질 수 없었다.

사고 이후 2004년 참사 현장 인근에 청소년이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로 학생교육문화회관이 건립되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인현동 화재 참사 사건의 희생자들은 철저히 망각 속에 묻혔다. 학생교육문화회관이 청소년 복합문화 공간이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인현동 화재 참사 사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공간인데도 위령비는 사람 눈에 띄지 않는 뒤쪽 주차장 구석에 쓸쓸히 세워놓았다. 인천시나 시교육청에서도 공식적으로 추모행사를 연 적도 없었다. 그동안 몇몇 시민예술단체 사람들이 조형물을 세우고 추모식을 열어왔을 뿐이다.

우리 사회는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늘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선 안 된다”며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 그런데 그 재발 방지 약속은 치부를 가리는 방편에 불과했다. 비극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기억하고 추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