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주년 디지털리마스터링 복원
안개 낀 바닷가·회색 공장지대
삭막한 사회 속 개인 내면 조명
'붉음'은 긴장의 색이다. 그 속에 존재하는 생명은 무언가에 쫓긴다. 한곳에 머물 수 없기에 늘 불안하다.
'파랑'은 정적인 색이다. 푸른 빛이 감돌면 차분해진다. 그러나 꿈틀거리보다 멈춰버린 생명에 가깝다. 살아있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
영화 '붉은 사막'은 붉고, 파란 두 색이 교차한다. 붉은 사막과 파란 사막이 주인공을 늘 혼란케 한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 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첫 컬러영화이다. 졸리고 난해하고 까다로운 도입부를 이겨내면 'FINE(끝)'까지 훌쩍 흐른다.
'붉은 사막'은 제작 60주년을 기념해 디지털리마스터링 영상으로 복원됐다.
이 영화는 색을 통한 주인공, 주변인물의 심리상태가 드러난다.
영화는 초지일관 전자 배경음으로 신경을 곤두세운다. 안개 낀 바닷가, 회색빛(아니 잿빛) 가득한 공장지대와 오염된 바다까지 정상이라 일컬을 영상은 단 몇분에 불과하다.
줄거리는 단순한 듯 복잡하고, 치정인 듯 스릴러다. 교통사고(혹은 자살)로 불완전한 인간이 된 '쥴리아나', 공장장 남편 '유고'는 그런 부인에 무덤덤하다. 공장 밖 파업은 더욱 심해진다. 과연 기계와 인간이 공존하는 공장이 가능할까. 남편 친구 '코라도'가 등장한다. 이제 영화는 이 셋의 굴림으로 진행된다.
쥴리아나는 말한다. “왜 늘 다른 사람의 존재가 필요한 거지” 쥴리아나의 이상은 아들을 통해 투영된다. 영화내내 이 장면에서만 반짝이는 붉음과 빛나는 파랑이 존재한다. 그리고 절대 넘어질 수 없는 자이로스코프 같은 남편과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서 떠나려고 해”를 던지는 코라도는 전체 속에 섞이지 못해 늘 주변인처럼 살아야 하는 우리 같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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