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성원 문화부 기자.
▲ 변성원 정치부 기자.

학창 시절 필독서로 아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책들이 있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책과 음악들로 세대 간 공감을 이루기도 한다.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그중 하나다.

이 책은 난쟁이네 가족을 통해 산업화 시기에 이뤄진 도시 개발로 신음하는 도시 빈민층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지만 도시의 탄생과 성장, 그 과정에서 빈부 격차와 불평등은 필연적으로 수반됐다.

도시화 과정에서 한정된 도시 공간에 사람과 자본이 팽창하면서 우리는 '효율성'을 찾기 시작했다. 이때 돈과 권력이 있는 계층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개인의 주거지 선택은 소득과 신분 등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이뤄졌고 자연스럽게 주거지 분리 현상, 다시 말해 '공간적 양극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신도심과 원도심의 경계가 지어졌고 사업성을 우선 고려한 도시 개발 특성상 일부 지역에 한정돼 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원도심 내에서도 양극화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선택받지 못한 '극원도심' 지역은 빠른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과거에서부터 줄곧 '정체'되어 있었고, 그 격차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욱 커져만 갔다.

인천 곳곳에도 현대화된 도시 속 낡은 풍경이 숨어있다. 화장실조차 없는 좁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제도 밖, 경계에 걸친 이를 조명하는 일은 도시 도약의 중요한 걸음이다.

지난 2020년 기준으로 인천시 전체 114만7200가구 중 오피스텔과 고시원, 판잣집, 비닐하우스 등 '주택 이외의 거처' 비율은 전체의 약 8%인 9만1768가구에 달하며, 전국 평균인 5.2%보다 높다. 공공의 도움의 손길을 수십년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이들이다.

/변성원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