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래산업 육성 전략 수정]

반도체 특화단지 탈락 아쉬움 털고
패키징 분야 인천 경쟁력 강조

영종 제3유보지 활용방안 구상
바이오 전략산업 특화단지에 도전

송도 중심 빅 3 바이오 입주 등 강점
의약품 생산 글로벌 허브 구축 자신
▲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 4월 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 육성 지원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체결로 바이오·헬스케어 혁신 스타트업 공동 발굴 및 육성 지원을 위한 협력 체계 구축,  스타트업 실증 지원을 위한 실증 자원 연계, 혁신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을 위한 공동 사업 발굴 등을 진행하게 된다. /사진제공=인천경제청
▲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 4월 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 육성 지원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체결로 바이오·헬스케어 혁신 스타트업 공동 발굴 및 육성 지원을 위한 협력 체계 구축, 스타트업 실증 지원을 위한 실증 자원 연계, 혁신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을 위한 공동 사업 발굴 등을 진행하게 된다. /사진제공=인천경제청

인천시가 정부의 반도체특화단지 유치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반도체특화단지 조성 구상이 무산됨에 따라 패키징 산단 구축을 계획했던 영종하늘도시 제3단계 유보지 활용은 다시 숙제로 남았다. 시는 향후 반도체 산업 육성 계획을 다시 짜는 한편 연말에 있을 바이오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공모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시의 미래 산업 육성 전략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 실패

인천시와 지역사회가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던 국가첨단전략산업 반도체특화단지 유치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정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 회의를 열고 반도체 분야 용인·평택 및 구미, 2차전지 청주, 포항, 새만금, 울산, 디스플레이 천안·아산 등 7곳을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했다.

인천이 기대했던 반도체 특화단지는 경기도 용인·평택(메모리·파운드리)과 경북 구미(소재·부품)가 최종 선정됐다. 패키징 분야로 도전장을 낸 지역은 포함되지 않았다.

인천시는 국내 대기업과 이를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과의 연계 차원에서 인천이 가진 한계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인천은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와 스태츠칩팩코리아 등 후공정(패키징) 분야 세계 2, 3위 기업을 비롯해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인 한미반도체 등 반도체 관련 소재·부품·장비 기업 1300여 개,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항공 물류, 대학·연구소 등 반도체 생태계가 갖춰진 곳으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산업계에서 아직 패키징 분야 육성체계 등이 미비한 점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유정복 시장은 이날 오후 국가첨단전략위원회 개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직접 유치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유 시장은 “핵심적으로는 국내 앵커 기업이 있어서 중소기업과 연계된 전략적 기반이 아직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이 가진 인프라와 연계된 부분 등에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향후 반도체 산업 육성 계획을 설명하는 한편 정부에 반도체 패키징 분야 육성 필요성을 지속해서 언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에 패키징 분야가 반드시 존재해야 하며 정부에 인천의 경쟁력을 주장해 정부차원에서 산업 육성을 눈여겨볼 수 있도록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선도 기업 유무, 신규 투자 계획, 지역 균형발전 등을 평가해 특화단지 입지를 선정했다며 대규모 민간 투자가 예정된 용인과 평택을 하나로 묶어 세계 최대 반도체클러스터 거점으로 육성하고, 구미를 웨이퍼와 기판 등 반도체 공정 핵심 원재료 공급 기지로 특화하겠다고 밝혔다.

용인·평택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42년까지 562조원을, 구미에는 SK실트론과 LG이노텍 등이 4조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는 반도체특화단지 육성을 통해 대만 TSMC가 선도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을 현재 3%에서 1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영종 제3유보지 활용방안 숙제로

제3유보지는 362만㎡에 달하는 면적과 인천국제공항과의 인접성, 그리고 국가 및 지방 공기업이 소유하고 있다는 장점으로 그동안 많은 개발계획이 떠올랐다 사려졌던 곳이다.

인천시 반도체특화단지는 소재·부품·장비 중심지인 인천 남동산단, 연구개발(R&D)과 인력양성 거점이 될 송도에 더해 영종 첨단산업단지를 새롭게 조성하고, 이를 엮어 약 300만㎡ 규모의 후공정 중심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반도체특화단지 조성 구상이 무산됨에 따라 패키징 산단 구축을 계획했던 영종하늘도시 제3유보지 활용은 다시 숙제로 남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유보지가 제5활주로 예정 부지와 맞닿은 만큼 공항 물류단지로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일부에서는 자동차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 조성을 주장하기도 했으며, 테슬라의 아시아 메가 생산기지도 유력한 후보지 중 하나로 꼽힌다.

이와 관련 인천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세계적인 공항과 항만, 그리고 경제자유구역을 두루 갖고 있다는 인천의 입지적 장점 중 가장 돋보이는 곳이 바로 유보지인 만큼, 기존의 반도체 특화단지 내용을 살려 자족형 첨단 산업단지로 조성할지, 아니면 물류단지로 조성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시는 기존 내용을 포함해 다각도로 검토중이다.

▲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 6월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에서 ‘바이오공정 인력양성센터’와 ‘제약바이오실용화센터’의 합동 착공식을 개최했다. /사진제공=인천경제청<br>
▲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 6월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에서 ‘바이오공정 인력양성센터’와 ‘제약바이오실용화센터’의 합동 착공식을 개최했다. /사진제공=인천경제청

 

바이오 특화단지 지정으로 인천의 미래산업 육성 전략 수정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는 작년 8월 시행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 일명 반도체법에 따라 시행됐다. 특화단지 지정은 물리적으로 새 단지를 조성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획 중이거나 이미 운영되는 산업 지역을 클러스터의 개념으로 묶어 특별 육성 차원의 다양한 지원을 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특화단지에 전력 등 핵심 기반시설 구축을 지원하고, 정부 연구개발(R&D) 예산도 우선 배정하는 등 한정된 자원을 집중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화단지 지원 때는 예타도 면제될 수 있다.

특화단지에서는 인허가 타임아웃제 처음 시행된다. 첨단산업위원회의 신속 처리 의결 후 60일이 지나면 해당 인·허가가 된 것으로 간주한다. 또 반도체 등 첨단전략기술 보유 기업의 경우 특화단지 내에서 용적률을 최대 1.4배까지 상향할 수 있다.

인천시는 연말에 있을 바이오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공모에 기대를 걸겠다는 입장이다.

송도를 중심으로 한 인천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역량은 88만 ℓ 규모로 현재 단일 도시 기준 세계 최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5공장이 완공되면 130만 ℓ에 이르게 된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우리나라 '빅 3' 바이오 기업을 비롯해 머크, 싸토리우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입주했거나 착공한 상태다. 최근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메가플랜트도 유치됐고 바이오공정 인력양성센터와 제약바이오실용화센터 등의 착공을 통해 세계적 바이오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도 시작됐다.

세계 최대 바이오 의약품 생산도시인 인천이 바이오 특화단지를 계기로 세계적 초격차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얼마전 유치에 성공한 글로벌 바이오 메인 캠퍼스는 국내 빅 3, 입주가 확정된 롯데바이오로직스 등과 바이오 클러스트를 구성하는 의약품 생산 역량, 연구 역량과 맞물려 엄청난 시너지가 발휘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반도체 특화단지 선정에서도 경험했듯이 음으로 양으로 수도권 역차별이 존재한다. 중앙정부가 국토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수도권이라고 인천을 역차별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신사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인천에서는 앞으로 거세질 탄소중립 요구에 맞서 대표적인 고전력 산업인 반도체와 바이오산업에 RE100 등을 선제적으로 갖출 수 있도록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확충할 수 있는 장기적인 플랜 마련이 절실하다. 인천에서 얼마나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전력을 생산했는지를 나타내는 '전력 이력제'를 선도적으로 도입하는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유정복 시장은 “전부 끝난 것이 아니다. 정부가 바이오 특화단지 조성계획도 내놓았는데 인천이 바이오에 대해서는 최상의 여건을 가진 만큼 절차에 따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