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운갑, '숨-거닐다 Great Jones St', 91.0㎝×116.7㎝, oil on canvas, 2022 /이미지제공=김정숙갤러리

물과 거울, 황량하고 음습한 도시….

평범해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것만 같은 풍경을 주시하고 탐구하는 작업의 지향점은 어디일까.

작가의 시선을 통과한 '사소한(?)' 소재들은 때론 불편하거나 당혹스러움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것은 끝내 유토피아를 소구하려는 작가의 의도임을 깨닫게 된다.

경험의 재현이 아닌 새로운 경험을 창조하는 것이 예술이라는 들뢰즈의 정의처럼.

도시풍경화로 유명한 이운갑 작가 초대전 '숨-삶'이 이달 18~31일 2주일간 인천시 중구 개항동 월미문화의거리 김정숙갤러리에서 펼쳐지고 있다.

작가는 황량하고 허망해 보이는 풍경에 시선을 둔다.

반영된 이미지는 바로 서기도 거꾸로 서기도 하며 의도적인 불편함을 만든 뒤 서서히 증발한다.

나타남과 사라짐의 희미한 효과, 여기에 상호 충돌로 빚어지는 '낯설게 하기'는 비밀을 살짝 드러내는 다중성을 좇는다.

시간의 순환, 생성, 정화, 변화, 재현, 흡수, 왜곡, 이중성, 다중성, 양면성, 내면세계 등을 반영하는 작가의 작업 이미지는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평론가 주성열(세종대 겸임교수)은 "이운갑의 풍경엔 삶과 죽음의 경계가 사라져버린 신비함이 있다. 두 세상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지만 죽음을 통해 삶을 풍요하게 만들고 삶을 통해 죽음을 긍정하게 만드는 모순 또한 존재한다. 죽음은 삶과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 있다는 점에서 죽음을 포용한 삶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 오히려 삶에 대한 이해와 사랑의 폭을 넓히는 계기로 작용한다"고 분석한다.

이 작가는 "자아에 대한 물음을 거울과 거울 위에 뿌려진 물 그리고 수면 위에 비치는 어떤 대상, 그리고 여행이라는 주제로 접근한 풍경을 통해 '숨-삶'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전시기간 중 오전 10시~오후 6시 무료 관람할 수 있다.

/이민주 기자 coco0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