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일보가 창간 35주년을 맞았다. 인천일보 창간은 경기·인천, 인천·경기 언론의 자유를 상징한다. 1973년 유신정권의 언론통폐합 이후 인천일보가 창간한 1988년 7월15일까지 15년이라는 세월은 지역 언론의 암흑기이자 공백기였다. 그 세월은 폭압의 시대이기도 했다. 그러나 다수의 지역 언론인들은 굴종의 삶을 사느니 기꺼이 고난의 가시밭길을 걸었다. 언론인들은 양심과 언론자유의 칼날을 벼렸고, 경기도민과 인천시민은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인천일보는 바로 양심과 자유, 희망을 자양분 삼아 민주주의 발전 속에서 태동한 것이다.

 

정론직필 정신, 지역사회 밝혀

돌이켜보면 인천일보는 지난 35년 동안 과분한 사랑을 받아왔다. 시민과 독자의 성원과 격려 덕분에 경기·인천에서 가장 권위 있는 지역 언론이자 신뢰받는 언론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올해 초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22년 지역일간지 평가에서 경기·인천 지역 언론사 중 최고점을 받았고, 수도권 지역언론 중 열독률 1위를 2년 연속 차지했다.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사로 4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이는 지면과 기사, 활자 하나하나에 독자들의 사랑과 인천일보 구성원들의 땀과 노력이 아로새겨지지 않았다면 절대 이뤄내지 못할 일이다. 여러 사례가 있지만 시민편집위원회와 시민기자 제도는 대표적인 소통의 장이다. 2003년 6월 국내 언론사상 처음으로 출범한 시민편집위원회는 20주년을 맞는 동안 인천일보와 경기도민, 인천시민을 잇는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 시민기자 제도는 시민참여형 멀티미디어 저널리즘을 실현하고 있다.

경기 도민과 인천시민 독자와 함께 지역 목소리를 전달하며 권력과 지방정부에 대한 감시와 비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수원 군공항 문제를 비롯해 멸실되는 근대건축물 수난사 등 이슈를 제기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인천일보는 지역언론 최대 축제인 지역신문 콘퍼런스에서 2019년 기획보도 대상, 2022년 동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를 위해서 어느 지역언론사보다 앞장섰다. 또한 내부 혁신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부응하기 위해 통합CMS 구축과 인천일보TV 신설, 모바일 체계 구축 등 디지털 미디어로 전환하기 위한 기반 마련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미래·변화·도약 위한 도전과 응전

물론 인천일보가 탄탄대로만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지난 35년은 인천일보에 '도전과 응전'의 시대이기도 했다. 신문산업 전반의 위기 속에서 경영악화와 폐업위기, 기업회생 등 파란만장한 질곡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지난 세월 인천일보는 언론을 사유화하고 언론자유를 뒤흔들려는 내외부 세력과 끊임없이 맞서며 살이 에이고 뼈가 깎이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어찌 보면 이 같은 고난은 올바른 길을 가려 하는 언론 앞에 놓은 숙명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는 그동안 독자와 선배 언론인들이 가꾸어 온 인천일보라는 과실수에서 열매만을 따 먹기에 급급했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창간 35주년을 맞아 '미래·변화·도약'을 준비하는 오늘, 우리는 인천일보가 새롭게 마주할 과제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지역 권력과 자본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다했는지, 지역민의 삶에 희망을 주었는지 냉정히 자문해보아야 한다. 권력을 비판하기보다는 권력에 의존하고 순응하는 여타 언론들에 부화뇌동하여 자기검열 하며 스스로 언론의 소임을 저버리지 않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지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기보다 자본과 토호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았는지, 학연·지연에 얽혀 특정 정치 세력에 유착하지는 않았는지 성찰해야 한다. 뒤를 돌아보고 지금 우리가 딛고 있는 자리를 인식하지 않는다면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성찰 없이는 전망이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인천일보의 미래·변화·도약을 위해 새로운 '도전과 응전'을 준비하고자 한다. 애향의 횃불이 되고 권력을 감시하는 불편부당의 창간 정신을 다시 되새기고자 한다. 계층 간, 지역 간 양극화 해소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개발주의 망령이 지역에서 떠돌지 않도록 감시와 비판의 시선을 떼지 않겠다. 누군가 맺어놓은 열매가 떨어지기를 입을 벌린 채 바라보지 않겠다. 시민과 독자들이 일궈놓은 언론자유라는 텃밭에서 풍난(風難)과 염발(炎魃)을 견디는 나무가 되려 한다. 창간 35주년이라는 모루에 감시와 비판의 칼날을 올려놓고 '미래·변화·도약'의 망치를 내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