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후한 이미지 벗고 반전매력 발산
'빅맨'·'똑바로 살아라' 등 종횡무진
이번엔 '방탄 노년단' 대학로 접수

배우인생 55년 “무대 설 때 가장 좋아”
할 말 하는 성격…본보 홍보대사 자처

“기성세대로서 청년들에 늘 미안
이 험한 세상 바로 살아가길” 조언도

할 말은 한다. 비굴한 것도 비겁한 것도 싫다. 권력 앞에 굽히는 건 더더욱 싫었다. 해야 할 소리는 하는 게 바로 노주현 배우 인생 55년의 근간이다. 대한민국 여심을 사로잡던 '빅맨'에서 MZ를 사로잡은 '방탄노년단'이 되기까지 지난해에 이어 2023 인천일보 홍보대사로 선정된 배우 노주현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청년들에게 따끔한 일침의 목소리를 전했다.

▲ 노주현 인천일보 홍보대사가 본인이 운영하는 안성 로스가든 카페앤비노에서 배달된 인천일보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 노주현 인천일보 홍보대사가 본인이 운영하는 안성 로스가든 카페앤비노에서 배달된 인천일보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무대는 나의 힘

대학로 일대가 연극 공연을 보러 온 인파로 들썩인다. 코로나 빗장이 풀리면서 문화·예술계에도 모처럼 단비가 내렸다. 하루에도 수십 작(作)이 무대에 오르내리지만 유독 연극 '아트' 공연장 앞은 입장하기 위해 늘어선 관객들로 붐볐다. 그 중심에는 요즘 대학로에서 가장 뜨거운 남자, 배우 노주현이 있다. 그는 이순재, 신구, 오영수, 백일섭 등과 함께 '대학로 방탄노년단'으로 통한다. 최근 연극계는 원로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하면서 '방탄소년단'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재 노 배우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연극 '아트'의 순회공연을 마치고 휴식기를 갖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로 침체돼 있던 대학로가 지금은 가장 뜨거운 곳이 됐습니다. 그 중에서도 신구형이나 순재형, 일섭이형 우리 같은 늙은이들(웃음) 공연에 관객들이 몰리고 있죠.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서니 관객 반응이 뜨겁게 느껴졌습니다. 현재 여러 일을 하고 있지만 저는 연극 무대 설 때가 제일 좋습니다.”

연극 '아트'는 25년간 끈끈한 우정을 지켜 온 세 친구가 그림 한 점을 놓고 벌이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1994년 파리에서 초연한 프랑스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작품으로 배우 노주현은 극 중 세련되고 지적이지만 허영심 많은 피부과 의사 세르주 역을 맡았다.

이번 연극은 최재웅, 최영준, 박정복, 박은석 등 젊은 배우팀과 더블캐스팅이 되면서 3가지 버전으로 관객 앞에 섰다. 이 중에서도 이순재, 백일섭, 노주현이 주연을 맡은 시니어팀의 공연이 가장 큰 호응을 얻었다.

“관객 반응이 좋았죠. 신구형도 오셔서 연극을 보더니 탁월한 캐스팅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저 역시 세르주 역은 저랑 닮은 구석이 많은 캐릭터라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순재형, 신구형 두 분은 마지막까지도 무대에서 여생을 마치실 분들이죠. 그만큼 남다른 열정이 관객들을 공연장으로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쓴소리 마다치 않는 정론직필

노주현 배우는 지난해 7월24일 창간 34주년을 기해 인천일보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평소 인천일보 애독자로 알려진 그는 지난해부터 인천일보와의 각별한 연을 이어오고 있다.

노 배우가 인천일보와 연을 맺게 된 계기는 안성시 관광명소로 거듭난 '로스가든 카페앤비노'를 운영하면서다. '로스가든 카페앤비노'는 13년 전 안성으로 내려와 노후를 준비하던 노 배우가 지은 커피전문점이다. 4년 전부터는 레스토랑으로 확대 운영하면서 안성지역 대표 먹거리 명소가 됐다.

“나이가 들면서 조용히 지내려고 오래전에 매입해 둔 장소였죠. 미산저수지를 둘러싸고 운치 있는 경관 덕분에 많은 분이 찾아주고 있습니다. 늙어가면서 소일거리도 생기고 용돈도 생기고 저한테는 이만한 노후 연금이 없죠.”

이때부터 경기지역 소식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고 각종 지역 뉴스는 인천일보를 통해 접했다. 대외활동에 나서지 않기로 유명했던 노 배우가 인천일보 홍보대사를 자처한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그는 인천일보가 자신과 닮은 구석이 있다고 했다.

“할 말은 하는 (저의)성격처럼 쓴소리를 마다치 않는 언론은 인천일보가 유일하다고 봅니다. 중도의 논조를 유지하고 있는 인천일보가 양쪽에 쓴소리, 바른 소리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인천일보에 가장 큰 매력입니다.”

노 배우는 솔직하고 화통한 성격답게 35주년을 맞이한 인천일보에 남다른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인천일보가 광고도 늘고 구독자도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경인 지역을 대표하는 언론인 만큼 국민을 대변해 정론을 펼쳐야겠지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국민의 가려운 등을 긁어줄 수 있도록 인천일보가 선도적 역할을 해 나아갔으면 합니다.”

▲청년들아 '똑바로 살아라'

35년간 정론직필을 위해 힘써온 인천일보는 '청년 그리고 희망'을 올해 아젠다로 제시했다.

시대를 풍미했던 그는 MZ 세대들에게도 꽤 유명 인사다. 2000년 인기리에 방영한 TV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 등에서 중후한 이미지를 벗고 한국판 '호머심슨'으로 평가받으며 친근한 이미지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는 현재까지도 젊은 세대 사이에서 회자되며 마니아층을 낳았고 각종 밈이나 SNS,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통해 전파되고 있다.

“요샌 길을 가다 보면 초등학생들도 알아보더라고요. 당시 중후하고 진지한 이미지로 굳어지면서 고민을 많이 하던 시기였죠. 배우로서는 치명적인 핸디캡이란 생각이 들었고 역할 제안이 왔을 때 오히려 고마웠습니다.”

그는 청년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남달랐다. 지옥의 세대라 불릴 만큼 혹독한 시대를 살아가는 2030세대가 안쓰럽기도 하고 기성세대로서 부채감도 들었다.

“현실에 안주하려고만 하는 청년세대들을 보고 있자면 늘 안타깝고 안쓰럽죠. 사실 요샌 존경할 만한 어른이 없는 것 같아요. 우리 어른세대가 잘못 저질러놓은 환경들이 청년들을 병들어 가게 하고 있습니다. 인생을 먼저 걸어온 선배로서 청년들에게 이 험한 세상 정신 바짝 차리라고 '똑바로 살라고' 따끔하게 조언하겠습니다.”

/대담 김장선 문화체육부장 kjs@incheonilbo.com

/정리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배우 노주현은

△1946.08.19 서울 태생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졸업 △1968년 TBC 5기 공채탤런트 데뷔 △인천일보 홍보대사 △주요작품: 결혼작사 이혼작곡, 왕가네 식구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 연극 아트,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수상이력: TBC 최우수 남자 연기상(1979), KBS 연기대상 남자 최우수 연기상(1989), KBS 연예대상 베스트엔터테이너상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