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새벽 한 시민이 경기도청 앞에 소방관들을 응원하는 편지를 컵라면 25상자와 함께 놓고 갔다. 이 시민은 “119안전센터에 민원을 제기했다는 뉴스를 봤다. 마음이 아프고 소방관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썼다. 광교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출동 사이렌 소음피해를 주장하며 해결방안을 요구했던 일이 이 시민에게 편지와 선물을 마련하게 한 계기다.

본인이 희귀난치성 환자라고 밝힌 이 시민은 편지에서 “119의 도움을 받아봤고, 소중함을 알고 감사함을 기억하고 있다”며 “혐오시설이라는 말로 상처 주는 그런 일은 멈춰주셨으면 한다. 제발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지난달 28일 수원소방서 이의119안전센터를 찾아온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출동 사이렌으로 소음피해를 입고 있다며 해결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혐오시설”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1초라도 빨리 출동해야 소방차와 응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는 일은 불가피하다. 주말이건 심야건 마찬가지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에게 이 소리가 단잠을 깨우는 소음으로 들릴 수는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무엇이 중요한가를 따져 감내해야 하는 일은 용인할 줄 아는 게 상식적인 시민의식일 터이다. 주민들이 무작정 사이렌을 끄라고 요구한 게 아니라 음량을 조절하는 등 대책을 원했던 것이라 하더라도 “혐오시설” 운운한 것은 분명 선을 넘은 언행이다.

편지와 선물을 남긴 시민의 행동은 아직 한국사회에 공동체 의식이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우리는 믿는다. 대다수 시민은 그 행동에 공감하며 박수를 보낼 터이다. 그러나 쾌적한 생활환경 권리를 주장하며 소방서를 항의 방문까지 하는 주민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 한국사회에 팽배한 각자도생 분위기가 '나의 권리'만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도록 부추기는 탓이다. 소방차의 출동 사이렌도 못 참는 판이니, 경비원, 택배기사에게 갑질과 횡포를 부리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소방관 응원 편지가 건강한 시민의식을 확산시키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