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이 게임으로 둔갑 판 치기도
음주 관용 사회 알코올 의존 부추겨
인천 스트레스 인지율 26.3%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아
성인 도박 중독 유병률 6.3%
알코올·약물 접할 가능성 커
인천일보가 만난 중독자 대부분은 특별한 계기로 중독에 빠진 건 아니다. 그야말로 평범함 삶을 살다가 우연히 중독에 들어섰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을 다니던 최모(35)씨는 잘못된 만남으로 마약의 늪에 빠졌다. 취미 모임에서 만난 여성이 권유한 물담배가 시작이었다. 그것은 바로 필로폰. 최씨는 “단 한 순간이었다”며 “서너번 만났던 지인이 매번 물담배를 권유했지만 거절하다가 한번 했는데 그게 문제였다. 흡입 후 30분 만에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지만 멈출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마약 청정국이던 우리나라에서 이제 마약은 구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집중력 강화음료, 다이어트 약, 기분이 좋아지는 약으로 둔갑해 우리 일상에 깊이 파고들었다. 결국 생활 속에 스며든 마약은 누구나 접할 수 있는 것이 됐다.
최근에는 도박이 게임으로 가장해 판을 치고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 등 SNS를 통해 미니게임 형식으로 노출될 정도다. 귀여운 동물들이 엎치락뒤치락 몇 초간의 레이스를 벌인다. 단순한 게임이 아닌 레이스마다 돈을 걸고 이뤄지는 도박이다.
청년들의 새로운 놀이문화로 떠오른 홀덤펍 또한 낯설지 않다. 홀덤펍은 술을 마시면서 카드 게임 등을 즐기는 주점이다. 입장료를 내고 이용하는데 칩을 현금화하지 않으면 불법이 아니지만 현금이나 상품권으로 교환하면 형법에서 규정하는 도박이 된다.
특히 광풍이 불었던 주식, 코인 투자가 중독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 주식 투자로 얻게 되는 보상이 도박과 유사해 과도하게 몰입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벌어진다.
알코올은 힘들 때나 슬플 때 곁을 지키는 그야말로 '친구'로 탈바꿈했다. 음주에 관용적인 우리 사회 분위기는 알코올 의존을 부추기고 있다.
코로나19때만 해도 혼술을 겨냥한 다양한 마케팅과 광고들이 쏟아졌다. 마치 혼술을 하면 TV 속 연예인이 된 것 같은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걸쳐 형성됐다.
단주 8년 차 박모(63)씨는 “우리나라는 널린 게 술이다”라며 “일본이나 다른 나라의 경우 술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 우리는 편의점에 가면 술이 종류별로 진열돼 있다. 도수를 낮추고, 맛있는 술들이 나오면서 어린 친구들의 접근은 더 쉬워졌다. 이런 것들이 중독 촉발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 시민 스트레스 '빨간불'
중독은 생활 속 스트레스나 우울감과도 연관이 깊다.
2022년 기준 인천지역 스트레스 인지율은 26.3%다. 이는 전국 평균 23.9%를 훌쩍 넘고,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 알코올, 약물 등 여러 중독 매개를 접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인천에서 100명 중 6명은 도박중독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2022년 사행산업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인천 성인 도박 중독 유병률은 6.3%다. 전국 도박중독 유병률 5.5%를 뛰어넘은 수치다. 유병률은 지역 인구에 대한 환자 수의 비율이다.
또 2023년 인천지역 맞춤 정신건강지표를 살펴보면 지난해 인천 고위험 음주율은 12.8%로 전국 고위험 음주율 12.6%보다 높다. 인천의 전국 고위험 음주율은 전국 17개 시·도 중 9위, 8개 특·광역시 중 3위다.
인천 마약사범도 매년 1000명을 웃돈다.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인천에서 적발된 마약사범은 2019년 1017명, 2020년 1041명, 2021년 1087명, 2022년 1004명이다.
이계성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중독은 유전적 요인 60%, 사회심리적 요인 40%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부모가 중독자여도 자식도 중독자라는 법은 없다. 사회심리적 요인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중독 유혹이 만연한 현 사회에서 단순히 의지의 문제로 바라볼 게 아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 중독은 의지 부족으로 생기는 병이 아닌 삶의 의지를 담당하는 뇌 영역이 손상되는 뇌 질환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슈팀=이은경·이아진·유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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