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성공시대 '미래로']
입시 개편, 공교육부터 자리 잡아야
학교 투어…직업계고 인식 전환 나서

[고교학점제 '올바로']
온라인 과정 만들고 학교 밖 과목 개설
'꿈이음대학' 108개 강좌 개설

[교육 정책 '결대로']
학생 개성 살린 맞춤형 교육 실천
읽걷쓰 생활화…잠재 역량 키워
▲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민선 교육감 4기 취임 1주년을 맞아 “진로·직업 교육을 꽃피우겠다”고 강조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민선 교육감 4기 취임 1주년을 맞아 “진로·직업 교육을 꽃피우겠다”고 강조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학생성공시대'를 인천 교육 철학으로 내세운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라면서도 “그래서 우리가 더욱 가야만 하는 길”이라고 단언했다. 우직한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는 뜻의 사자성어 '우보천리(牛步千里)'도 덧붙였다.

재선에 성공하면서 두 번째 임기 4년 가운데 첫해를 보낸 도 교육감은 5일 인천일보와 만나 “학생들이 결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인천 교육에 더 큰 변화를 이끌어낸 시간이었다”며 지난 1년을 돌아봤다. “진로·진학·직업 교육을 꽃피우겠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사교육 경감과 수능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이 교육계를 달구고, 고교학점제·유보통합 등 전면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 진보 성향인 도 교육감은 입시 체제 전환을 주문했다. “공교육부터 제대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시각이다. 다음은 도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민선 교육감 4기 취임 1주년을 맞아 5일 인천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교육청

▲수능 '킬러 문항'과 사교육 경감이 교육계 화두가 되고 있다.

-변별력을 핵심으로 하는 입시가 교육의 본질인 것처럼 여겨지니까 킬러 문항이나 사교육 같은 파장이 생긴다. 교육의 본질을 찾아가야 한다. 고교학점제가 2025년 전면 시행된다. 고교학점제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2028년에 대학을 간다. 2028년 입시 방안을 내년에 발표해야 하는데, 지금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고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도록 입시를 개편하려면 상당히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 입시 체제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광범위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공교육부터 제대로 자리잡아야 한다. 수능을 자격고사화한다거나, 대학을 수평적 다양화하는 등 논의가 함께 이뤄질 때 사교육과 같은 문제도 풀릴 수 있다. 사교육뿐 아니라 교육 현안을 일단 시도교육감들과 협의부터 했으면 좋겠다.

 

▲고교학점제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선택의 폭을 넓혀서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는 제도다. 궁극적으로는 진로·직업 교육과 연결돼 있다.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려면 다양한 과목이 개설돼야 하고, 교사도 많이 필요하다. 아직까지는 그럴 만한 교육 여건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고교학점제 기반을 마련하는 단계에서 온라인 과정을 만들고, 학교 밖 교육 과목도 개설하고 있다. 지역 자원과 연계하는 교육 프로그램인 '꿈이음대학'으로 108개 강좌를 개설했다. 사실 고교학점제 시행을 앞두고 중요한 건 사교육과 연결된 입시 문제다. 고교학점제는 지금의 입시 체제와 안 맞다.

 

▲진로·진학·직업 교육을 강조해왔는데.

-다양한 학교, 다양한 교육 과정, 다양한 지원 체계를 통해 아이들이 결대로 성장할 수 있는 밑바탕을 다지려고 한다. 인천소방고·한국글로벌셰프고·바이오과학고·대중예술고 등에 이어 반도체고를 만들 계획이다. 글로벌스타트업학교도 이달부터 교육이 시작된다. 인천에 없는 농업과 관련한 학과 교육도 연계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진로 교육의 핵심은 결대로 자라게 하는 개별 맞춤형 교육이다. '교육 회복' 일환으로 올해 기초학력과 학습 역량 강화에 매진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인성 교육, 후년에는 진로·진학·직업 교육을 꽃피우도록 하겠다.

 

▲직업계고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학부모, 지역 인사들과 최근 '직업계고 학교 투어'로 교육 현장을 둘러봤다. 바깥에서 바라보던 직업계고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환경과 교육 과정을 보면서 놀라워하는 반응들을 접했다. 우리는 고등학교 졸업생 가운데 75%가 대학을 간다. 유럽은 반대다. 75%가 졸업하면서 직업을 갖는다. 우리나라에는 직업에 대한 차별 인식도 여전히 남아 있다. 직업 교육의 앞날을 위해 이런 편견과 차별적 인식을 집요하게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업 교육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대한민국 미래 발전에 직결된다고 본다.

▲ 29일 오전 인천시교육청에서 열린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민선4기 취임1주년기자회견'에서 도 교육감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 29일 오전 인천시교육청에서 열린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민선4기 취임1주년기자회견'에서 도 교육감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유보통합(유아교육과 보육 통합)'을 둘러싼 우려 섞인 시각도 존재한다.

-유보통합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인데도 지금까지 이뤄지지 못했다. 일단 정부가 2025년까지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우리가 선도교육청으로 선정되면서 이달부터 어린이집 급식비를 지원한다. 2025년까지 인천시와 함께 지원하는 체제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사립 유치원이 75%인 상황에서 전국적으로 유일하게 교육청 예산을 들여 만 5세 유치원 무상교육을 하고 있다. 무상교육 확대가 유보통합에 토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선도교육청에 신청했다. 유보통합까지는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지역만의 노력으로는 풀어가기가 어렵다. 인천시와 협력적 관계로 준비하겠지만, 정부가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결대로 교육'과 '학생성공시대'를 교육 철학으로 제시했는데.

-결대로 성장하는 교육은 학생성공시대를 여는 인천 교육의 철학이다. 학생 저마다 개성과 잠재 역량을 돕는 결대로 교육을 실천하겠다. 학생들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하며 살 수 있는 세상, 학생성공시대는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가 더욱 가야만 하는 길이다. 개인의 잠재 역량은 경쟁 교육과 정답 찾기 교육이 아니라 질문과 상상, 그리고 사색과 내면에 대한 고찰에서 시작한다. 역점 사업인 '읽걷쓰(읽기·걷기·쓰기)'를 확장해서 결대로 성장을 위한 기본 역량을 갖추도록 하겠다.

 

▲'읽걷쓰' 토론회가 한창이다. 시민문화운동을 선언했는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코로나19 이후 대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미래 역량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왔다. 질문하고 상상하는 힘을 통해서 문제 해결력을 키우고, 어떤 상황에도 적응하는 능력이 앞으로 중요해질 거라고 판단했다. 지난 4년간 '책 읽는 도시, 인천' 사업을 해왔는데, 그간 성과를 바탕으로 글쓰기와 걷기를 넣었다. '읽걷쓰'를 시민문화운동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3000명이 참여하는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인문도서 100권 읽기, 사제동행 걷기 동아리 활성화, 그리고 내후년까지 '30만 저자 만들기'에 나서려고 한다. 300만 인천시민 가운데 10%인 30만명이 자기 책을 만들면 굉장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학생성공시대 원년인 지금, 골든타임과도 같은 결정적 시기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알고 실천에 옮기는 건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읽걷쓰 운동은 그런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된다고 본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