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개관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소장품 및 콘텐츠, 타 박물관과의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소장품 부족도 문제지만 세계문자 박물관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복제품이 다수인 데다 내부마저 볼품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유물 구입 예산도 20억원에 불과해 콘텐츠의 빈약함이 개선될 여지도 당분간 없어 보인다.

세계문자박물관에선 기원전 2000년~1600년 구약성서 노아의 방주와 관련된 초기 기록물인 '원형 배 점토판'과 구텐베르크 42행 성서 초판본 중 '여호수아서' 분책본 등 몇점을 제외하면 세계문자박물관다운 전시품을 찾기 어렵다. 또한 현재 전시 중인 180개의 전시품 중 복제품이 44점이나 된다. 원본 136점도 세계 문자와 관련된 전시품보다는 한글과 한자 관련 탁본이나 책 등이다. 게다가 한글 관련 자료는 국립한글박물관과 중복된다.

이 같은 소장품 및 차별성 부족은 세계문자박물관 건립 이전부터 지적된 문제인데도 건립 과정에서 철저한 준비가 없이 건립이 진행된 것이 문제이다. 세계문자박물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문자 문화산업 및 관광산업 진흥 등을 위한 문화 인프라 구축과 종합적인 거점 마련을 위해 추진한 사업이다. 2016년 KDI 예비타당성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앞선 목적을 달성하려면 국립한글박물관과의 차별화된 전시 콘텐츠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세계문자와 관련한 다양한 유물 확보의 어려움도 지적되었다. 고대 및 현대 유물의 확보가 중요한데, 박물관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존 국립박물관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유물 확보계획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오래된 유물의 경우 국외반출이 어렵기 때문에 이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을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다. 그러나 박물관이 유물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알맹이 없이 껍데기뿐인 시설로 전락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세계문자박물관이 초기에 정체성을 다질 수 있도록 현재 20억원에 그치고 있는 유물 구입 예산을 크게 늘려야 한다. 또한 박물관 측은 기존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등과 적극적인 유물 전시공유 협조를 하는 등 보완책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