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다문화 맞춤형 지원

80개교서 '다문화교육 정책학교' 시행
다문화 학생 비율 10년 만에 4배 늘어
기초학습·진로 탐색·이중언어 등 지원
공교육 진입·적응 과정 원스톱 서비스
“국적 무관 공정한 교육기회 보장 취지”

인천 연수구 옥련중학교는 한국어학급에 참여하는 다문화 학생을 대상으로 매달 한 차례씩 한국 문화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직업 체험과 교외 활동 등으로 학교뿐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다. 한국어학급에선 고급반과 초중급반으로 나뉘어 매주 7교시에 걸쳐 학교생활에 필요한 어휘와 대화 위주로 수업한다.

석남초등학교는 입국 시기와 발달 단계적 특성, 모국어 특징 등을 고려해 학생 개인별 맞춤형 교재를 활용하는 한국어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생활 적응을 돕는 상담 활동과 문화 다양성 이해도를 높이는 체험 프로그램도 연다. 석남초 관계자는 “학생 개개인 학습 요인에 맞춰 개별화 수업과 전체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며 “수준별로 학급을 편성하고, 한국어 성취도를 기록해 학부모·담임교사 상담 자료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 '학생 러시아어 번역 지원단' 눈길

한국어와 러시아어를 이중언어로 구사하는 인천 중고생들이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 번역에 나선다.

인천시교육청은 이달부터 '학생 러시아어 번역 지원단' 활동을 시작했다고 27일 밝혔다.

중고생 16명이 참여하는 번역 지원단은 이중언어 능력을 바탕으로 러시아어 번역 내용을 정리할 수 있는 학생들 신청을 받아 구성됐다. 이들은 초등학교 수학익힘책을 러시아어로 번역해 러시아 언어권 학생들을 돕는 교재를 만들 예정이다.

지난 5일 사전 교육에선 이에바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특임교수가 통번역사 직업을 소개했다. 번역 지원단 학생들에게 진로 이해도를 높이는 강의와 동시에 번역 활동에 필요한 문서 작성 교육도 이뤄졌다.

시교육청 세계시민교육과 관계자는 “중도 입국, 외국인 학생이 빠르게 증가하는 인천 다문화 학생 밀집지역 학교에선 한글이 익숙하지 않아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많다”며 “학생 러시아어 번역 지원단은 후배들 학습을 도우면서 나눔과 배려의 마음으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 인천시교육청이 지난해 11월 진행한 ‘통통 과학창의캠프’에 다문화 중학생 35명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교육청

인천시교육청은 올해 초중고 80개 학교에서 '다문화교육 정책학교'를 시행 중이라고 27일 밝혔다.

다문화교육 정책학교는 한국어학급뿐 아니라 '문화다양성 교육 중점학교', '연구학교' 등 형태로 운영된다. 특히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에서 학생과 교원, 학부모가 참여하는 문화다양성 교육 중점학교는 언어 발달을 돕는 통합교육, 교과 수업에 반영하는 세계시민교육, 학부모 동아리와 같은 프로그램들로 구성된다.

시교육청 세계시민교육과 관계자는 “학교 구성원의 다문화 감수성을 높이고, 다문화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려는 목적”이라며 “기초학습과 진로 탐색, 상담, 이중언어 등 다문화 학생 맞춤형 교육도 이뤄진다”고 말했다.

인천 초중고에 재학 중인 다문화 학생 수는 지난해 1만899명으로, 2012년 2468명에서 네 배 이상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체 학생 가운데 다문화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도 0.7%에서 3.6%로 증가했다.

다문화 학생 비율이 높아지면서 학교 현장 변화도 가속화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2023학년도 다문화교육 지원 계획'에서 “학교 구성원의 다문화 수용성 개선을 통한 다문화 친화적 교육 환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예비학교로 공교육 진입 지원

다문화 친화적 교육 환경은 공교육 진입 지원에서 출발한다. 시교육청은 '중도 입국 자녀'와 '외국인 학생'에 초점을 맞춰 공교육 진입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다문화 학생은 크게 '국내 출생 자녀'와 중도 입국 자녀, 외국인 가정 자녀로 나뉜다. 중도 입국은 결혼 이민자 본국에서 성장하다가 국내로 들어온 형태를 일컫는다. 10대 중후반에 입국하는 경우가 많아 언어와 문화 적응 문제로 공교육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나타난다. 외국인 가정 학생도 마찬가지다.

인천다문화교육지원센터를 통해 시교육청은 다문화 학생들이 공교육에 진입·적응하는 과정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문화 학생이 입학 또는 편입학하는 진입 전 과정을 안내하고, '다문화 예비학교'도 열고 있다.

예비학교에선 의사소통이 어려운 학생을 대상으로 공교육에 진입하기 전에 집중적인 한국어와 문화 학습이 이뤄진다.

다문화 예비학교는 올해 경인교대 한국다문화교육연구원 등 5개 기관에서 운영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령기 아동에게 출신과 국적에 관계없이 공정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려는 취지”며 “다문화 예비학교는 초중고 입학 또는 편입학을 앞둔 다문화 학생들이 학교에 조기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준비 교육”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예비 초등학생·중학생, 학부모가 참가할 수 있는 입학 적응 프로그램인 '징검다리 과정'도 열고 있다. 징검다리 과정은 학기를 앞둔 1∼2월, 7∼8월 운영된다. 의사소통과 학교생활 영역으로 나뉜 프로그램을 구성해 담당 교사와 다문화 언어강사가 함께 지도한다.

 

학교로 찾아가는 맞춤형 교육

다문화 학생 맞춤형 지원은 한국어학급과 멘토링, 통역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우선 한국어학급은 중도 입국 또는 외국인 학생이 재학하는 학교에 별도 학급으로 개설된다. 개별화 교육이 가능하도록 10명 내외로 한 학급이 편성된다.

올해 한국어학급은 공모를 거쳐 유치원과 초중고 85학급에서 열리고 있다. 다문화 학생이 많은 7개 초등학교와 6개 중학교에는 한국어학급을 전담하는 담임교사를 배치해 교육 활동을 돕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한국어학급은 학교생활과 한국 문화 적응, 심리·정서·진로 프로그램 등 과정을 한국어 교육과 연계해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어학급이 운영되지 않는 학교에 중도 입국 또는 외국인 학생이 편입한 경우에는 '찾아가는 한국어 교육'이 지원된다. 학교가 신청하면 학생들이 의사소통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강사가 기초 한국어를 지도하는 과정이다.

한국어뿐 아니라 기초학력을 향상시키는 멘토링도 지원되고 있다. 기초학력이나 한국어 지원이 필요한 다문화 학생은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교사나 강사로부터 한국어와 이중언어, 기초학력, 진로·진학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한국장학재단을 통해서도 대학생 멘토링이 이뤄진다. 인천에선 경인교대·인하대·인천대가 대학생 멘토링에 참여하고 있다.

초중고 다문화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다문화교육지원센터는 통역과 다문화 상담도 제공한다. '학교로 찾아가는 통역 지원'은 학교가 신청하면 통역지원단이 직접 방문한다. 통역은 24개 언어가 지원된다.

'학교로 찾아가는 다문화 상담 지원'은 지역사회 유관기관과 연계해 학교생활 적응, 진로·진학 정보, 학부모 교육 등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상담 과정에서 통역 인력도 지원받을 수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원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 교육 연수와 교사연구회 지원으로 다문화 학생 맞춤형 교육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다문화 학생 비율이 20%가 넘는 7개 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하는 방식으로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정책도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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