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관리 소홀로 중국인 노동자가 숨진 건설현장의 원청 시공사 대표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실을 놓고 논란을 빚는다. 전국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선고된 3번째 사례이자 인천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인천지법 형사10단독 현선혜 판사는 23일 선고 공판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모 건설사 대표이사 A(63)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건설사 법인에 벌금 5천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피고인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법을 위반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며, 유족과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양형 이유로 들었다.

피해자 사망 사건은 피고인들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죄질이 간단하지 않다. 사업자가 종사자들의 안전을 확보하지 않거나, 안전 시스템 미비로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사전에 막으려면 처벌을 무겁게 해야 한다. 피고인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그래서 이번 처벌의 경중 유무에 대해선 논란의 소지가 있다. 종사자를 위한 안전관리에 집중해야 중대재해를 방지할 수 있는데도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솜방망이' 판결이란 관측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없던 2004년에도 경기 용인 아파트에서 일하던 사람이 추락사했을 때 하청업체 소장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지금은 중대재해법이 만들어졌는데도 이런 판결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특히 국내 건설 현장에선 노동자들의 안전을 담보하는 체계가 미비하기 일쑤인 상태로, 엄한 처벌만이 중대재해를 막을 수 있다. 노동계에서 이번 판결을 두고 반발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 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부 방침엔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를 수용해 법원과 검찰에서 형량을 맞추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중대한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가 무너질 수 있어서다.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만큼,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든 상황을 적극적으로 살려야 한다. 피해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현장이 더 이상 있어선 안 된다. 종사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곳곳의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선 중대재해처벌법을 마땅히 적용할 수 있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