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민영 사회부 기자.
▲ 전민영 사회부 기자.

오랜만에 본가를 찾았다.

지난번 방문 때 지하 주차장 공사를 한다고 차들이 모두 지상에 올라와 아파트 단지가 꽤나 부산했는데, 단지가 한산해진 걸 보니 공사가 끝난 모양이었다.

기대를 품고 내려간 지하 주차장의 모습은 상상외 모습이었다. 전문가가 칠한 게 맞는 건지 의아할 수준의 서툰 페인트칠은 물론 지하 주차장 바닥 곳곳이 벗겨져 시멘트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볼썽사납게 벗겨진 곳곳마다 주차를 막는 안전 펜스가 처져 있었다.

공사가 끝난 지 이제 3주. 명백한 부실 공사였다. 새것 같은 깔끔한 주차장을 기대했던 기대감은 허탈감으로 바뀌었다.

부모님은 “내부 리모델링만 한 게 불행 중 다행이다. 새로 지었으면 무너질까 봐 무서워서 살았겠냐”고 말했다.

최근 인천에서 신축 아파트에서 부실시공이 의심되는 하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입주를 시작한 서구 루원시티의 한 아파트에선 비가 올 때마다 누수가 발생하고, 지난해 9월 입주한 미추홀구의 아파트에서도 곰팡이, 누수 등 하자 보수 요청 건수가 총 5만1400여건에 달한다.

준공도 안 한 검단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선 공사 중 지하 주차장 지붕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오는 12월 입주 예정이었기에 몇 달을 더 버티다 무너졌다면,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꿈에 그리던 내 집 마련에 성공한, 혹은 내 집 마련을 기다리던 이들에게 새집에서의 행복한 생활은 없었다. 어떤 이들은 물이 새는 아파트에서 보수를 기다리고, 어떤 이들은 발주처를 쫓아다니며 아파트 재시공을 요구하고 있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지하 주차장 옆에는 집이 정말 무너질 수도 있는 두려움 속에서 사는 이웃들이 있었다.

안전한 집에서, 안전한 삶을 사는 것.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바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마저도 보장받기 힘든 현실이 됐다.

/전민영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