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기초자치단체들이 2024년 생활임금 결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생활임금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 이후인 오는 8월쯤 확정된다. 그런데 시군의 재정 여력이 경기부진 등에 따른 세입 감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벌써 생활임금 동결 얘기까지 나온다. 생활임금의 목적이 최저임금을 보완하여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삶의 질 향상을 꾀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을 상기할 때 동결은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다.

지난해 생활물가상승률은 6.0%,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1%였다. 체감 물가 상승폭은 이보다 훨씬 컸다. 물가상승률이 올해 들어 주춤해졌다고는 하지만 임금보다 물가 오름세가 훨씬 가파른 탓에 갈수록 힘들어하는 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생활임금 적용대상이 한정적이기는 해도 서민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임금 지표 가운데 하나이므로, 생활임금마저 동결되거나 소폭 인상에 그치면 서민의 희망은 그만큼 사그라지게 마련이다. 임금에 관한 담론에서 비중을 늘려가도 시원찮을 생활임금의 존재의의가 퇴색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곤란하다.

경기도 생활임금은 지난 몇 년간 대체로 최저임금의 119% 선이었다. 생활임금 적용대상은 경기도 4000명을 비롯해 31개 시군 합해 3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폭이 어느 정도일지 알 수 없으나 생활임금이 올해 수준으로 묶인다면 내년에는 119% 선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인건비 예산은 경직성 경비이고 여러 제약이 따른다는 점을 모르지 않기에 시군의 고충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서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임금만큼은 본디 취지에 살리는 게 맞는다고 본다. 벌써부터 동결 운운은 책임을 피하기 위해 한 자락 미리 깔아놓으려는 속셈으로 비칠 가능성도 있다.

심의와 결정은 기초지자체의 생활임금위원회가 한다. 지자체장의 의지도 중요하다. 재정 여건이 어렵더라도 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논의의 초점을 정확히 맞추어주기를 당부한다. 생활임금은 언제나 재정의 논리가 아니라 공공의 논리로 풀어가야 할 영역이다. 힘겨운 때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