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낮추고 신속하게 지원]
비대면 모바일 앱 서비스 구축
무방문·무서류·무대기 시간 단축

[소통하고 한발 더 가까이]
고객자문위원회 출범…통로 다각화
기관장 아닌 영업직 자세 임해
도민이 고객, 현장에 답 있어
▲ 시석중 경기신용보증재단 16대 이사장이 인천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도민과 현장 중심의 업무,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사진제공=경기신보
▲ 시석중 경기신용보증재단 16대 이사장이 인천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도민과 현장 중심의 업무,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사진제공=경기신보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돕는 일도 '골든타임'이 존재합니다. 당장 하루가 힘든데, 이들에게 절차 운운하며 기다리라고 할 수 없잖아요. 우리가 바뀌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금 안정도를 높였다. 지원까지 오랜 기간이 걸렸던 체계를 초고속 수준으로 상향했다. 자영업 등이 성공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전문 서비스를 구축했다. 기관 경영 및 업무 방침은 현장에서 나온 의견을 반드시 반영한다. 도민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다각화했다.

최근 경기신용보증재단(이하 경기신보)이 대대적으로 예고한 '혁신 방안'은 대략 정리해도 이렇게 많다. “관행·규정·관습에 물러서지 않겠다”고 한 시석중 경기신보 이사장이 그 중심에 자리한다. 인천일보는 정통한 '금융 전문가'에서 경기도 지역경제를 책임지는 기관장이 된 그를 만나 현재 불어닥친 위기에 대한 진단, 경기신보의 역할 등을 들어봤다.

 

새로운 시도로 '골든타임' 사수

시석중 이사장은 13일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코로나 펜데믹이 엔데믹(endemic·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전환돼 일상 회복이 되고 있다고 느낄 수 있지만, 경제위기는 이제 시작”이라며 “번듯한 기업체부터 작은 가게까지 금리·물가·환율 등 '3중고'에 경영이 무너지고 있다. 이사장이라는 중책이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라고 밝혔다.

경기신보는 1996년 전국 최초로 설립된 1호 지역신보다. IMF 외환위기, 미국발 금융위기, 메르스 사태를 모두 겪었다. 시 이사장의 경우 2020년 사상 초유의 코로나 사태에 따른 피해를 몸소 체감하고 있다. 실제 경기신보가 보증지원 현황은 2019년 8만7418건, 2020년 20만104건, 2021년 18만7786건, 2022년 25만6414건으로 나타났다. 4년 사이 293% 넘게 올랐다.

시 이사장은 이에 지난 5월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앞서 1월 취임한 뒤 4개월여 만에 특단의 조치다. 쉽지 않은 결정에 대해 그는 위기 극복은 우선 '시간 싸움'이 중요하다고 했다.

시 이사장은 “시간이 갈수록 산업 전반의 활력이 저하되고 있다. 지역 내 시장은 침체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속도가 빨라야 한다”며 “TF(태스크포스) 구성, 각 시·군과 금융기관 매칭 등으로 지원 업무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는 건 물론, 출연금도 확보하고 있다. 출연금은 곧 신용보증 재원인데, 출연금이 축소되면 보증지원도 축소되고 결국 적기적시에 자금을 지원받지 못한 대상자가 증가해 지역경제가 붕괴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성과로 경기신보 누적보증 공급금액은 2023년 5월 말 기준 지역신보 중 처음이자 최대규모인 47조원을 돌파했다. 시 이사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비대면 모바일 앱 서비스(명칭 이지원·EasyOne)의 경우 무방문·무서류·무대기 등으로 절차를 간소화했다.

통상 신보 대출을 신청하려면 많은 제출서류를 가지고 사무실을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이 앱은 언제 어디서든 신청하게 하고 빠르게 심사·결정하게 하는 구조다. 경기신보는 하루 200~250건에 달하는 대출 건을 처리, 신청자는 길게 20여일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앱만 있으면 최대 7분으로 줄어든다. 시간이 '일 단위'에서 '분 단위'로 바뀌는 것이다.

시 이사장은 “자영업자들이 신보를 찾아오려면 하루 장사를 빼야 하는데 그게 얼마나 큰 건지 알아야 한다”며 “고객 서류를 전자화하고 보관 위치를 '실물 서고'에서 '전자 서고'로 바꿔 업무 효율성을 높인 부분도 고객의 관점에서 서비스를 강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신보를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기관에 머물지 않고, 사업 성공을 뒷받침하는 금융서비스 기관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실제 이와 관련해 ▲영업점 컨설팅 업무 ▲상권분석·신용관리 시스템 활용 ▲자금지원·판로개척·구인구직 정보 통합제공 등의 계획도 수립한 상태다.

시 이사장은 “신용보증에 컨설팅을 더한 것으로, 만약 요식업을 하고 싶은 도민이 있다면 우리가 시장상권을 분석해 어떤 분야를 공략하면 되는지 등을 알려주게 된다”며 “뿐만 아니라 신용등급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는지도 알려주고 관리해주게 된다. 도민의 사업 성공률이 높아지면 재정 운용의 건전성도 높아지기 마련”이라고 했다.

▲ 시석중 경기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이 취임 이후 지역 지점을 돌며 직원과 소통하는 모습./사진제공=경기신보
▲ 시석중 경기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이 취임 이후 지역 지점을 돌며 직원과 소통하는 모습./사진제공=경기신보

 

도민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도민의 비즈니스 성공 파트너'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시 이사장. 그는 취임 직후 현장에 직접 나가 도민들과 지속적인 만남을 가졌다.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다. 실제 4월 한 달에만 경기도 남부권·서부권·동부권·북부권을 돌며 미팅을 개최했는데, 당시 '신보를 이용하기에는 절차가 복잡하고 문턱이 높다'는 의견을 듣고 비대면 모바일 앱 개발은 물론, 절차 설명 전담팀 신설 등에 속도를 냈다. 공공기관장이 아니라 고객을 찾는 영업직의 자세로 일하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시 이사장은 “도민은 고객이고 현장에는 답이 있다. 요구하는 내용을 직접 듣고 이를 반영한 방식으로 지원하고자 했다”며 “이는 김동연 경기지사가 진정한 도정을 실현하기 위해 각종 소통의 장을 만들어 현장 목소리를 들으려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강조했다.

또 경기신보는 각종 정책을 널리 알리고자 지역별 소상공인 단체 등과 협의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함께하거나 주기적인 모임을 가질 계획이다. 이미 활발한 소통의 차원에서 고객자문위원회를 출범했고, 대학생들이 온라인에서 홍보하는 서포터즈도 운영할 예정이다.

시 이사장은 “도민을 중심에 두고 복잡 다양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이에 앞으로도 다양한 채널로 상시적인 소통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IBK기업은행 전신인 중소기업은행에 입사한 뒤 IBK자산운용 대표를 지낸 시석중 이사장은 과거 틀에 얽매이지 않고 일했던 기억을 되살려 경기신보를 운영하고 싶다.

그는 “은행에서 최초로 비대면으로 모든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앱을 개발한 것도 기존의 상식을 넘어섰기에 가능했다. 관행적 일 처리를 지양해야 한다. 관행은 미래와 발전, 혁신과 협력이 없다”며 “도민 여러분의 질타도 겸허히 받아서 변화하고 진화하겠다. 지역경제의 버팀목이자 서민경제의 안전판인 경기신보를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