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이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정부의 외교기조를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불거진 파장이 한중관계를 또다시 어둡게 하고 있다. 최근 한중 양국은 양국 간의 갈등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물밑에서 고위급 대화 재개 가능성 등을 타진하는 듯했지만, 싱 대사 발언 이후 맞불 대응이 잇따르며 관계 개선의 길은 요원해 보인다.

이번에도 원인 제공은 중국이 했다. 싱하이밍 대사는 이 대표와의 회동 자리에서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데 베팅하고 있는데,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했다. 또 한국의 '탈중국화'를 비판하며 “한국이 중국에 순응하면 중국 경제성장의 보너스를 지속해서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윤석열 정부가 경제 및 외교전략에서 미국과 계속 보조를 맞추면 어려운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명백한 협박성 발언이자 교역의 호혜성을 무시한 발언이다.

이에 박진 외교부 장관은 “도를 넘었다”고 경고했고, 외교부도 싱 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내정간섭처럼 비칠 수 있는 싱 대사의 언급에는 비판을 넘어선 단호한 대응은 당연했다. 중국 당국도 가만있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불러 심각한 우려와 불만을 표명하며 맞불을 놓았다.

한중관계의 경색은 중국이 북핵 문제를 두고 북한 편에 선 데서 기인한다. 최근에는 한국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 정책에 노골적으로 책임을 돌리고 있다. 외교적 결례를 넘어서는 내정 간섭에 가까운 행보다. 이재명 대표와 싱 대사의 회동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도에 대한 공동 대응책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고 하지만 중국의 선전전에 휘말린 모양이 됐다.

민주당이 연대와 협력의 대상의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특히, 중국을 지렛대로 정권을 견제하고 지지층을 확산하려는 의도나 외교 관계를 이용하여 국내 정치의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는 행보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익 앞에선 여야가 없다. 국익을 위한 외교에는 정부는 물론 정치권, 언론까지도 하나가 되는 미국, 중국, 일본 등을 우리는 매일 접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