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하순부터 우회전 차량 일시정지 의무 단속이 시작되었지만 우회전 차량에 보행자가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보행선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보행자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부주의한 우회전 차량에 치여 보행자가 숨을 거두고 말았다는 소식이 잇따라 들려온다. 사고 희생자 가족에게 회복될 수 없는 상처와 불행을 안겨주는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부터 잘못된 운전 관행과 교통시스템, 솜방망이 처벌을 바꿔나가야 한다.

우회전 일시 정시 위반은 단속 대상이지만 길에 나가보면 여전히 지키는 운전자보다 편의대로 차를 모는 운전자가 훨씬 자주 보게 된다. 심지어 스쿨존에서조차 단속 카메라만 없으면 우회전 규칙을 지키지 않는 일이 빈번하다. 보행자의 생명과 안전이 그 어떤 이유보다 우선이라는 인식이 희박한 운전자가 많기 때문이다.

운전자들만 탓할 일이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 도로교통 체계는 흐름과 속도 위주였다. 교통문화가 앞선 국가들과 달리 우회전 신호가 거의 설치되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인간은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가 시속 40㎞ 이상이면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하지만 한국 운전자들은 도심 50㎞ 제한도 답답하다며 반발할 정도로 안전보다 속도를 중시한다. 교차로에 대각선 횡단보도를 설치하면 우회전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진척이 더딘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회전 횡단보도에서 자신의 과실로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의 처벌수위도 문제다.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는데도 음주 등 가중 사유가 없는 한 재판과정에서 높은 형량이 선고되지 않는다. 피해자 유족들이 강력하게 탄원을 해도 징역 1년 형이상 선고되는 경우가 드물다. 사망사고 운전자에게 중형을 선고하고, 유족에게 거액의 보상과 배상을 하도록 강제하는 나라들과 매우 대조적이다.

앞으로 우회전 사망사고를 줄여나가려면 강력한 단속과 교통체계 개선, 사후 처벌 강화를 통해 운전자들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우회전 사망사고야말로 노력 여하에 따라 크게 감소시킬 수 있는 사고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