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사회구조 변화 속에 예측할 수 없는 각종 대형 재난이 증가하고 있고 이에 소방의 역할은 재난현장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수습·대응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에 있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이 무색할 만큼 각종 재난현장의 어두운 그림자는 여전히 짙게 남기도 한다. 가족과 동료를 잃고 삶의 터전을 잃는다는 현실은 어느 시대를 막론 하고 위로 되기 힘든 큰 슬픔일 것이다. 이 짙은 그림자에 한 줄기 빛을 비추는 건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말의 힘'이다.

탈무드의 격언 중 “언제나 자신의 혀를 부드럽게 간직하도록 힘써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언뜻 생각하기에 재난현장 환경에서 강인한 모습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소방관과는 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부드러운 혀', 즉 따뜻한 말을 건네는 힘은 우리에게 요구되는 감춰진 사명일지도 모른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이 재로 변한 사람, 가족을 잃은 사람 등등 재난현장에서 마주하게 되는 많은 시민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는, 그을린 마음의 잔불을 꺼주는 소화기이며, 용기와 희망을 북돋우는 제세동기가 될 것이다. 긴박하고 뜨거운 재난현장에서 차가운 이성으로 따뜻한 소방행정을 실천하는 마음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따뜻한 '말의 힘'은 재난 현장에서 시민을 대할 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동료 간 따뜻한 말 한마디로 어려움을 감추는 동료를 살피고 나의 힘듦을 내비칠 때 우리는 더욱 건강하고 끈끈한 동료애로 뭉쳐진 강인한 소방관이 될 것이다.

소방관 하면 떠올리는 단어들이 있다. 용기, 희생, 봉사, 헌신, 슈퍼맨 등등.

이러한 단어들이 때론 중압감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것이 국민이 우리 소방관에게 바라는 모습이라고 본다. 불보다 뜨거운 땀으로 화마와 싸우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혼신의 역량을 다해 숨을 붙잡는 우리 소방대원의 열정이 있고, 소방을 응원하는 국민의 기대가 있다면 우리 소방은 또 다른 국민 친화 조직으로 진화할 것이다. 그리고 이 열정 위에 따스한 말이 입혀지길 바란다. 온몸으로 던지는 열정 만큼이나 강렬한 말의 힘!

'긴박하고 뜨거운 현장 속, 따뜻한 말' 말의 힘은 실로 대단하기에 이 작은 다짐과 실천이 소방조직에 긍정적 변화와 희망을 가져다줄 것이라 기대하고 믿는다. 그래서 나 또한 우리 동료들에게 따뜻한 말, 용기와 희망이 담긴 말 한마디 건네 본다.

“오늘도 수고했습니다. 당신이 이 세상 가장 훌륭한 영웅입니다.”

/김희곤 영종소방서장